스타일매거진 Q를 만드는 기자들이 밸런타인데이 선물에 관한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여러분에겐 어떤 밸런타인데이 이야기가 있나요.
작고 반짝이는 것? 진심?
▽김선미 기자=클레인시 마틴 미주리대 철학과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좋은 연인은 거짓말을 한다’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밸런타인데이는 진실을 말하는 날이 아니다. (연인 등) 인간관계는 서로의 감정이나 생각을 그대로 다 드러내지 않고 거짓말을 할 때 오래 유지된다.” 연인 관계일 때 로맨틱하던 선물은, 부부 관계에 놓이면 한없이 실용적인 물건으로 변할 때가 많다. 밸런타인데이에는 ‘작고 반짝이는’ 선물을 받고 싶다. 설령 거짓말이면 어떤가.
뭐 받고 싶어? 깜짝 이벤트!
▽김현수 기자=30대를 훌쩍 넘기고 나니 ‘선물 뭐 받고 싶어’란 질문에 말문이 막힌다. 딱히 갖고 싶은 게 없다고 할까.(진짜 갖고 싶은 건 비싸다) 그럼에도 각종 ‘데이’가 기다려지는 건 선물을 받는 순간의 놀람과 기쁨이다. 외로운 솔로 시절 생일에 친구가 회사로 보내 온 꽃다발, 연애시절 남편이 식당 테이블에 ‘쿨하게’ 놔둔 비닐봉지, 그 속에 수줍게 숨어 있던 커플링 상자, 얼마 전 임신을 축하한다며 보내 준 깜짝 튼살 크림…. 이런 이벤트가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재미없을까!
표현… 해야 하는거야, 말아야 하는거야
▽염희진 기자=추억 하나. 중학교 3학년 밸런타인데이 때, 짝사랑했던 옆 반 반장 친구에게 초콜릿을 선물했다. 어수룩했던 나는 ‘밀당’ 기술이 없었고, 비밀스럽게 전해줄 방법도 몰랐다. 마치 연예인을 쫓아다니는 사생팬처럼 교실 앞문에서 나오는 친구에게 돌진해 선물을 건넸고, 그 반 아이들은 내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한 달 후 돌아온 화이트 데이. 나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그때 깨달았다. 남녀 사이에서 먼저 표현하는 사람이 약자구나.
추억 둘. 남자에게 먼저 표현하면 안 된다는 걸 학습한 나는 스물두 살 때 처음으로 화이트 데이 선물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봉지 수십 개에 가득 담긴 사탕들. 그의 진심을 알았지만 결국 표현하지 못했다. 이제야 깨닫는다. 그때가 좋았구나.
이 큰 상자에 든 게 모두 초콜릿?
▽한우신 기자=10년도 더 지난 그 어린 시절 밸런타인데이. 그녀는 커다란 상자를 내밀었다. 나의 상체를 가릴 만한 크기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뚜껑을 여니 초콜릿이 가득했다. 그녀가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코에 초코볼이 박힌 곰돌이부터, 방긋 웃는 토끼 모양 초콜릿까지.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이 초콜릿들을 만들었을 그녀 생각에 가슴이 울컥. 그리고 선물이 전부 초콜릿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남자가 화이트 데이 때 직접 만들었다며 사탕만 잔뜩 내민다면 어떨지.
난, 맑은 향기 선물이 좋아!
▽이상연 기자=내가 주거나 받고 싶은 선물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조 말론 런던 ‘우드 세이지 앤 시 솔트 홈 캔들’. 선물 받은 향초에서 파라핀 특유의 석유 냄새가 난다면 선물은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만다. ‘조 말론’은 고급 파라핀만을 이용해 맑은 향기를 낸다. ‘우드 세이지 앤 시 솔트’향은 바람 부는 해안가를 떠올리게 해 휴식을 선사한다.
두번째는 이브로셰 배스 제품. 친구가 파리 여행 후 선물해줘 처음 써봤던 ‘이브로셰’. 부드럽고 촉촉한데 무엇보다 향이 너무 좋았다. 향기에 빠진 사람이라면 정말 추천하는 제품. 봄도 다가오니 향긋한 라일락이나 벚꽃향, 부드러운 장미향이 좋겠다.
남친아, 피나는 노력 끝에 완성했어
▽최고야 기자=지난해 밸런타인데이에 난생 처음으로 파베 초콜릿 만들기에 도전했다. 다크 초콜릿을 녹여 생크림을 넣고 휘휘 저어주기만 하면 끝나는 초간단 레시피였기에 거침없이 도전!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초콜릿을 중탕한 유리냄비를 옮기다 바닥에 떨어뜨린 것. 산산이 부서진 유리조각과 초콜릿이 섞여 사방으로 튀고 말았다. 발등이 유리조각에 긁혀 피까지 났고, 장장 3시간 동안 물청소를 해야만 했다. 두 번째 도전은 성공. 남자친구의 회사 동료들이 못생겼다고 놀린 그 수제 초콜릿이 얼마나 힘들게 탄생했는지 그는 알고나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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