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리사 크론 지음·문지혁 옮김/384쪽·1만6800원/웅진지식하우스
문장은 평범해도 독자가 밤을 새워 읽고야 말게 만드는 책. 미문(美文)이지만 읽기를 잠시 미뤄 두게 만드는 책. 두 책의 차이는 뭘까. 미국 출판사 W W 노턴의 수석 편집자로 일했던 저자에 따르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싶어 하는 두뇌의 강력한 욕망을 자극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간이 이야기의 형태로 미래를 사고하기 때문에 책은 첫 문장부터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독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뇌가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 내기 때문에 이야기 속 모든 내용은 독자가 알 필요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인과관계의 궤적을 따라야 한다. 뇌의 주 목표가 인과관계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통과하기 어려운 시험을 겪는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뇌가 이야기를 통해 미래에 닥칠 어려운 일을 미리 경험해 보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 등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각색을 돕는 ‘스토리 컨설턴트’로 일한 저자의 이력대로 실험적이거나 독자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한 평가는 가혹하다. 저자는 “실험적인 문학이야말로 고급 예술이고 전통적인 일반 소설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잘못된 믿음”이라고 말한다. 읽기 힘든 소설은 실제로 독자들이 외면한다는 것이다.
또 “감각적 디테일들이 이야기를 살아있게 만든다”는 믿음도 잘못됐다고 말한다.
필요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면 세부적인 묘사는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것. 디테일로만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는 실험적 걸작 ‘인생 사용법’(조르주 페렉) 같은 소설은 저자의 손에 들어갔다면 아마 태어나지 못했으리라.
그럼에도 ‘잘 읽히도록’ 구성하는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면서 영화와 드라마 등 요즘 대중서사의 많은 사례를 든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