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5일 일요일 흐림.
아들내미, 딸내미. #145 Kanye West feat.
Paul McCartney ‘Only One’ (2014년)
트래비스 칼턴, 노스 웨스트, 매디슨 맥퍼린, 바비 크리스티나 브라운, 제임스 가펑클….
낯선 이름들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유명 가수의 자녀라는 것. 각각 재즈 기타리스트 래리 칼턴, 미국 래퍼 카니에 웨스트, 가수 바비 맥퍼린, 휘트니 휴스턴, 아트 가펑클의 아들딸이다.
14일 밤 서울 잠실에서 열린 가펑클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의외로 ‘브리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가 아니었다. 공연 중반, 가펑클은 흥분한 목소리로 “자, 깜짝 게스트를 소개한다”고 했다. “아직은 세상에 안 알려진 세계 최고의 가수, 제 아들입니다. 아서 주니어(아트 가펑클 2세)!”
그의 아들 제임스(25)가 등장하자 객석이 뒤집어졌다. 아버지랑 너무 똑같이 생겨서. 노래를 너무 잘해서. ‘주니어’가 아버지와 거의 얼굴을 맞대고 하나의 마이크에 ‘렛 잇 비 미’의 화음을 불어넣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공연장을 빠져나오면서 평론가 M은 “아트 가펑클도 저(아들) 나이 땐 저런 목소리로 노래했겠지. 그때 공연을 직접 못 본 게 너무 아쉽다”고 했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최근 한국 공연을 했거나 계획한 내한 스타들은 대개 자녀를 무대에 동반한다. 래리 칼턴은 아들 트래비스에게 베이스기타 연주를 맡겼고, 다음 달 10, 11일 내한하는 바비 맥퍼린은 딸 매디슨을 백그라운드 보컬로 모신다. 다들 가업을 잇는 아들내미, 딸내미를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 약물중독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바비 크리스티나 브라운의 모습은 어머니(휘트니 휴스턴·1963∼2012)의 비극을 떠오르게 한다.
요즘 애틋한 부정을 담은 노래가 하나 있다. 카니에 웨스트가 발표한 ‘온리 원’이다. 작년에 결혼한 모델 킴 카대시언과의 사이에 태어난 어린 딸 노스 웨스트를 위해 그가 만든 곡이다. 별세한 할머니(웨스트의 모친)가 아들 웨스트의 입을 빌려 하늘나라에서 손녀 ‘노리’에게 전하는 사랑의 언어가 가사다. 폴 매카트니가 건반 연주와 코러스를, ‘존 말코비치 되기’ ‘그녀’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았다. 전설의 ‘비틀’과 명감독을 기용했지만 노래와 영상은 의외로 단순하다. ‘내 딸 얘긴데 무슨 미사여구가 필요할까’라고 말하듯.
곡 말미 매카트니의 즉흥연주는 자장가처럼 감미롭다. 매년 이어지는 세계 순회공연 와중에도 자신의 어린 딸 베아트리스와 1년의 절반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매카트니 역시 ‘딸 바보’. 세상은 부정, 모정으로 넘쳐난다.
떠나기 전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요즘. 원래 내 꿈은 불후의 명곡 하나 남기는 거였는데, 그러고 보니 아들(son)과 노래(song)가 닮았다. 에이. 만들어볼까, 눈 딱 감고…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