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에 물 차도 무대올라 별명이 '독종'이에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8일 03시 00분


獨 함부르크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발레리나 박윤수

유럽 명문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인 발레리나 박윤수. 그는 “아직까지 함부르크 발레단이 한국에서 공연한 적이 없어 아쉽다”며 “언젠가 함부르크 발레단 주역으로 한국 무대에 꼭 서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유럽 명문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인 발레리나 박윤수. 그는 “아직까지 함부르크 발레단이 한국에서 공연한 적이 없어 아쉽다”며 “언젠가 함부르크 발레단 주역으로 한국 무대에 꼭 서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제가 아직도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이다 보니 한국 발레리나로서 사명감이 커요.”

2007년 한국인 무용수로는 처음으로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에 입단해 화제가 됐던 발레리나 박윤수 씨(26)가 3, 4월 연달아 세 작품에서 주역으로 무대에 선다.

함부르크 발레단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명문 발레단으로, 세계적인 안무가 존 노에마이어가 40여 년간 이끌고 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수차례 내한공연을 가진 ‘카멜리아의 레이디’가 노에마이어의 대표적인 안무작이다.

박 씨는 함부르크 극장에서 다음 달 29일 막을 올리는 ‘윈터라이즈(겨울나그네)’, 4월 3일 공연하는 ‘메시아’, 같은 달 21일 선보이는 ‘프렐류드시비’ 등 세 작품에서 모두 주역을 꿰찼다.

11일 모처럼 2주간 겨울 휴가차 한국에 들어와 있는 박 씨를 만났다. 그는 “아직 코르 드 발레(군무)지만 함부르크 발레단은 경력과 관계없이 작품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 주역으
로 발탁하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173cm의 키와 유난히 길고 가는 팔로 상체의 표현력이 좋은 그는 클래식 발레 작품보다 컨템퍼러리에 어울리는 몸매를 지녔다. 주역을 맡은 세 작품 역시 컨템퍼러리 장르에 가까
운 스토리 발레로 추상적인 움직임이 특징이다.

‘프렐류드시비’에서 주역 라우라 역을, 메시아에서 마리아 역을 맡았다. 윈터라이즈는 주요 배역에 캐릭터 명이 부여되지 않고, 주역 무용수들이 한 캐릭터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특히 메시아는 함부르크 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 작품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는 “극 중 마리아가 총 3명 등장하는데 유독 저만 캐릭터가 강한 편이다. 베이지 계열의 슈트를 입는 마리아들과 달리 홀로 검은색 의상을 입어 더 강한 느낌을 풍긴다”며 “예수를 믿으면서도 한편으로 믿지 못하는 그런 심리를 표현하는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처음 메시아의 마리아역을 맡은 뒤 호평에 힘입어 또다시 발탁됐다. 이 작품으로 그는 독일 댄스 매거진이 선정한 ‘2014년 유망주’로 뽑히기도 했다.

18세 때 함부르크 발레단에 최초의 한국인 단원으로 입단한 지 어느덧 8년.

“독일에 와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혼자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운 겁니다. 한국에선 선생님들이 동작 표현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따라가면 됐죠. 유럽에선 무용수 스스로 생각하고 보여줘야 해요. 스스로 단점도 발견하고 극복하는 데 최고의 방법인 것 같아요. 수동적인 발레리나에서 자발적인 발레리나로 거듭날 수 있었어요.”

박윤수는 함부르크 발레단 내에서 ‘독종’으로 통한다. “발레단원의 마사지를 담당하는 분이 제게 ‘너는 참 독한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세요. 무릎에 물이 차고, 발목에 염증이 났는데도 늘 무대에 서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그런 것 같아요. 창단 40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130회 무대에 섰고 적어도 매년 110회 정도는 늘 무대에 섰어요.”

그의 삶은 늘 ‘연습과 공연’으로만 채워져 있다. 지겨울 법도 한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요. 발레리나가 많은 무대에서 춤출 수 있다는 건 좋은 기회를 자주 얻는 행운아란 의미죠. 행복해요.”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함부르크발레단#박윤수#발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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