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너 죽었어” 호메이니가 통보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2일 03시 00분


◇조지프 앤턴/살만 루슈디 지음/김진준 김한영 옮김/824쪽·3만3000원·문학동네

저자 살만 루슈디는 “이야기는 생득권이다. 아무도 그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 고 썼다. 동아일보 DB
저자 살만 루슈디는 “이야기는 생득권이다. 아무도 그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 고 썼다. 동아일보 DB
기명 칼럼에 종교에 얽힌 현상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을 때가 자주 있다. 술자리에서 심경을 털어놓자 한 친구가 충고했다. “여럿에게 누를 끼칠 테니 그만둬.” 웃으며 다른 화제로 넘어갔지만 그 말을 농담으로 여겨 웃은 이는 그 자리에 없었다.

대개의 종교, 또는 종교적 성격을 가진 집단은 내부 문제에 대한 공개적 의혹 제기와 비판에 매우 격렬하게 반응한다. 비판이 지닌 논리의 밀도나 언사의 정돈 방식은 상관없다. 반응의 양식은 마녀사냥. 요구조건과 결말은 모호하다. 옛 유럽처럼 눈엣가시를 화형대에 매달기 쉽지 않은 시대인 탓이다.

어쩌면 착각이다. 화형은 매일, 더 적나라하게 벌어진다. 저자는 1989년 2월 이란 국가지도자 호메이니로부터 “너 이제 죽었어”라는 통보를 받는다. 이슬람교의 탄생 과정을 비판적으로 풀어 낸 루슈디의 소설 ‘악마의 시’를 호메이니가 ‘이슬람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해 “작가와 출판 관계자를 살해하라”고 전 세계 무슬림 대상의 칙령을 내린 것이다. 이 책은 그 ‘사형선고’를 계기로 쓴 3인칭 자서전이다. 제목은 경호경찰의 요청으로 만든 가명이다. 호메이니의 엄포는 허풍이 아니었다. ‘악마의 시’ 일본어 번역자는 살해당했고 이탈리아, 노르웨이, 터키 출판 관계자도 피습으로 중상을 입었다.

“신앙인의 독설에 깔린 상대주의의 오류(우리와 다른 너희를 증오한다)에 대항하기로 했다”고 결심한 투사의 숭고한 회고담은 아니다. 공포에 떨면서도 어째서 자존심과 고집을 버릴 수 없었는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스스로 까닭을 찾아나갔다. 책 말미는 2001년 9월 11일 뉴욕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으로 결말을 열어 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조지프 앤턴#살만 루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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