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라고 아이의 질문에 적절한 답을 언제나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는 동안 끝도 없는 질문이 계속되는 시기가 있지요. 단순한 명사에 대한 질문은 답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설명이 좀 필요한 개념을 질문할 땐 난감해지곤 합니다. 어떤 경우는 어른들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심어주게 되기도 해요.
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어떤 개념을 이해하게 될 때 그림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개념을 제대로 담은 그림책은 자꾸 손이 가지요. 오늘 소개할 책은 대비되는 두 가지 개념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그림으로 설명해주는 그림책입니다.
첫 장면은 무대 위, 커다란 첼로 뒤에 숨은 토끼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입니다. 겁내지 말고 용기를 내라며 마음으로 응원하는 엄마 아빠 토끼도 무대 한쪽에 서 있습니다. 이 장면 아래에는 ‘겁내다-용기 내다’란 글이 있습니다. 살펴보면 이 장면의 그림 속에는 겁을 내고 있는 친구가 하나 더 있습니다.
개울을 가로질러 다리가 있습니다. 그건 예사로운 일이지요. 그런데 그 다리 위로 물길을 따라 아치형 다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다리 위로는 물고기들이 우산을 쓰고 지나다닙니다. 이 장면의 글은 ‘예사롭다-이상하다’입니다.
독일 작가 에바 무겐트할러의 그림 속에는 독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요소들이 숨어 있습니다. 귀퉁이에 있는 작은 요소 하나에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담아놓았습니다.
처음 읽을 땐 보이지 않았던 것을 다시 펼쳐 보면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면 구석구석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할 이야기가 많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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