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영국의 셔우드 숲을 배경으로 의적이 된 로빈훗이 반역 세력에 맞서 왕세자 필립을 수호하는 영웅담을 그린 뮤지컬 ‘로빈훗’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주인공 로빈훗이 활과 석궁을 이용해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히는 ‘화살 씬’이다. 특히 로빈훗이 쏜 두발의 화살이 포로의 머리 위를 스치고 나무에 정확히 꽂히는 아찔한 장면은 매번 객석에서 ‘진짜 화살을 쏜 것 맞느냐’는 대화가 오간다.
주인공 로빈훗 역할을 맡은 세 명의 배우(유준상 엄기준 이건명)는 2시간 30분 러닝 타임 내내 총 7발의 화살을 쏜다. 이 중 실제 화살을 쏘는 건 2막 후반부에서 로빈훗이 자신이 묻힐 묘지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무대 뒤편으로 쏘는 장면이 유일하다. 나머지 6발은 모두 그럴싸한 ‘눈속임’에 의해 만들어진다.
화살 씬의 비밀은 줄과 질소다. 이 작품의 특수효과를 총괄하는 이유원 기술감독은 “실제로 로빈훗의 활이나 석궁에는 화살이 달려있지 않고 긴 줄이 매달려 있다”며 “팽팽하게 늘어난 줄을 배우가 쏘는 시늉을 하며 당기면 줄이 사라져 객석에서 볼 때는 발사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거의 동시에 반대편 나무에 꽂힌 화살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무 안에는 80cm 정도의 화살이 공기유압장치와 함께 내장돼 있다. 무대 감독이 큐 사인을 주면 기술팀이 공기유압장치의 질소유입 버튼을 누른다. 이때 유입된 질소가 압력을 이용해 실린더 안에 있던 화살이 구멍을 통해 나무 밖으로 나오게 된다. 반대로 질소 차단 버튼을 누르면 화살은 실린더 안으로 다시 들어온다.
손수 수작업이 불가피한 장면도 있다. 로빈훗이 반역자 길버트의 부대원을 포로로 붙잡아 나무에 묶은 뒤 두발의 화살을 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감독은 “이 장면만큼은 1, 2초 사이에 번갈아 두발의 화살이 쏘아져야 하는 만큼, 스태프가 나무 안에 들어가 무대 감독 큐 사인에 맞춰 화살을 손으로 밀어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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