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ining3.0]한식의 재발견… 뷔페에서 우린 ‘정성’을 먹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5일 03시 00분


유통 대기업들 한식뷔페 열풍… 직장인도 주부도 “반가워요”

“동네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면 시끌벅적하잖아요.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허겁지겁 먹다 나오죠. 가격이 비싸진 않아도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식을 즐겼다고 하기엔 좀….”(주부 김성혜 씨·43)

“한정식 집에 가면 신발을 벗고 앉아야 하지요. 치마 입은 여자들이나 좌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앉기가 불편할 수밖에요. 게다가 한상 가득 차려지는 음식의 절반 이상은 남기는데 가격은 비싸잖아요.”(회사원 이경모 씨·38)

최근 건강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며 한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식을 파는 식당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불만을 느낀다. 중식이나 일식 등이 체계적인 메뉴와 서비스로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유독 한식당은 그런 추세를 맞추지 못해왔다.

요즘 이슈인 ‘한식 뷔페’는 한식당에 대한 이런 불만에 착안해 메뉴와 서비스를 혁신해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체계적인 노하우를 가진 CJ그룹과 이랜드그룹, 신세계그룹, 롯데그룹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한식 뷔페 시장에 일제히 뛰어들어 가히 ‘한식대첩’이라고 부를 만한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단골 외식 장소가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면 최근에는 그 무대가 한식 뷔페로 바뀌고 있다. 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식 뷔페는 대형 외식업체의 운영 노하우를 집약하고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한식 뷔페의 가격은 성인을 기준으로 점심은 1만 원대 초반, 저녁은 2만 원 안팎이다. 그러면서도 100개에 이르는 메뉴를 선보인다. 담백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에 목말라하는 도시인들의 깐깐한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한식 뷔페들을 소개한다.

올반

신세계푸드는 2014년 10월 서울 여의도에 올반 1호점을 내면서 한식 뷔페 사업을 시작했다. 올반은 ‘올바르게 만들어 반듯하게 차린다’라는 뜻이다.

올반은 콩과 쌀, 장, 채소를 핵심 식재료로 쓴다. 각 지역의 먹거리를 발굴하고 종갓집의 한식 메뉴를 재해석한 게 특징이다. 강원 철원 오대미를 매장에서 직접 도정해서 갓 지은 밥, 경기 파주 장단콩을 바로 갈아서 만든 손두부가 대표적이다. 또 충북 충주의 장안농장에서 자연퇴비로 기른 로메인 상추와 쌈케일, 쌈배추, 백로즈잎 등 쌈채소류 30여 종도 선보이고 있다.

창녕 조씨 명숙공가의 ‘길경탕’과 보은 선씨의 ‘선영홍 종가 닭구이’ 등 종갓집 음식도 인기가 높다. 화산석으로 만든 가마에서 500도 이상의 고온으로 고기를 구워 기름을 빼고 담백한 맛을 낸 ‘고추장 가마 삼겹살 구이’와 오동통한 새우를 간장 소스에 재운 ‘간장 새우장’도 별미로 꼽힌다. 동시에 시골콩탕이나 장터국밥 등 서민적인 먹거리도 맛볼 수 있다.

‘아삭 장아찌 5종’도 일품이라는 게 올반 측의 설명. 일반 장아찌는 일주일 이상 장에 담가 주재료가 물컹해진다. 반면 아삭 장아찌는 2, 3일 안에 장맛이 배게 해서 아삭함이 살아 있다. 매장에서 만드는 식혜인 ‘제대로 식혜’도 인기. 강원 철원 오대쌀과 엿기름으로 만들었으며 시중 식혜보다 당도가 25%가량 낮다.

계절밥상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은 2013년 7월 경기 판교신도시에 1호점을 개설해 국내에서 본격적인 한식 뷔페 열풍을 이끌었다.

계절밥상이라는 이름대로 계절별로 제철 메뉴를 한 달에 한 번꼴로 내놓는다. 25일부터는 주꾸미와 민들레, 미나리 등 봄철 식재료를 쓴 메뉴를 선보인다. 향긋한 미나리와 바지락을 듬뿍 넣고 부쳐 쫄깃한 맛을 더한 ‘바지락 미나리전’과 주꾸미를 고소하게 구운 ‘주꾸미구이’, 상큼한 봄나물인 민들레잎을 넣고 새콤하게 무친 ‘민들레 국수무침’이 봄철 메뉴 대표 주자다.

상시 메뉴 역시 시골 밥상처럼 푸짐하다. 충남 서산과 경기 여주 등에서 기른 신선한 쌈채소와 경기 이천의 느타리버섯을 올린 비빔밥 등이 대표적이다. 뻥튀기 아이스크림과 씨앗 호떡 등 추억의 간식거리도 후식으로 맛볼 수 있다. 계절밥상은 매장 입구에서 한국벤처농업대학 출신의 농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파는 ‘계절장터’를 운영한다.

자연별곡

이랜드그룹이 2014년 4월부터 운영하는 자연별곡은 식당 이미지를 ‘왕의 밥상’으로 정했다. 자연별곡도 제철 재료를 쓰는 점을 강조한다. 계절 나물을 고추장에 비벼 먹는 골동반, 살짝 절여 아삭한 맛을 살린 오이 고추에 부추 소를 채워 넣은 별미 김치, 고추 소박이 등이 대표 메뉴다.

또 왕의 밥상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조선시대 영조 임금의 입맛을 돋우던 고추장 양념 삼겹살 구이와 정조의 버섯 탕평채 등을 선보인다. 전통 주전부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후식도 있다. 쫄깃한 찹쌀경단을 달콤한 팥죽에 찍어 먹는 ‘단팥 퐁듀’, 셔벗으로 재탄생한 오미자 등이 그것이다.

살짝 단 간장 양념에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 끓인 서울식 불고기 전골, 정성껏 빚은 떡갈비를 직화로 구운 뒤 잣가루로 고소함을 더한 남도식 떡갈비, 향긋한 국내산 멍게에 각종 양념을 넣고 비벼 먹는 통영식 멍게 비빔밥 등 팔도 진미도 맛볼 수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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