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정원엔 할 일이 많다. 낙엽에 덮인 흙을 들춰보면 지금도 초록의 새싹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기쁜 마음을 잠시 누르고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 그런 식물의 대부분은 우리가 원치 않는 지나친 번식력과 생명력을 지닌 잡초일 때가 많다.
잡초라도 반가운 봄의 정원이지만 그대로 남겨두면 후에 일이 커진다. 잡초는 다른 식물보다 먼저 싹을 틔우고 꽃도 빨리 피워낸다. 그리고 맺힌 씨를 재빠르게 온 정원에 흩뿌린다. 초봄, 다른 식물들이 성장이 둔한 시기에 잡초 진압에 실패하면 한 해 동안 잡초와의 힘겨운 전쟁을 치르게 된다. 문제는 봄에 올라오는 새싹은 이것이 잡초인지, 내가 심어둔 식물인지를 구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잊지 말아야할 것이 식물의 명찰이다. 우리의 ‘허당’ 같은 기억을 믿지 말고 식물을 심은 자리에 명찰을 꽂아두면 그 싹을 잘 기억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명심할 일이 있다.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도 식물 자체를 무럭무럭 자라게 할 힘은 없다. 흙의 기운을 북돋워 흙이 식물을 잘 키워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흙의 기운을 북돋기 위해서는 퇴비가 으뜸이다. 퇴비를 기존의 흙과 잘 섞어서 뒤집어주고 빗질하듯 잘 긁어주면 그 틈으로 식물의 뿌리가 잘 파고든다.
잎이 나오기 전, 식물의 가지를 잘라주는 전지 작업도 이때가 가장 좋다. 서로 부딪쳐 상처를 줄 수 있는 가지는 둘 중 하나를 잘라주고, 병충해로 상처를 입은 가지도 과감하게 잘라주는 것이 좋다. 나무의 모양을 좀 더 예쁘게 다듬어주는 형태잡기도 지금이라면 모든 식물이 잘 견뎌준다.
아파트 베란다의 봄도 분주하다. 작은 화분 속에 심은 식물은 그대로 두면 뿌리가 돌돌 말려 성장이 더 이상 어려워진다. 한 치수 더 큰 화분으로 옮겨주면 1년 동안 넉넉한 공간을 얻어 식물들이 잘 살게 된다.
겨울을 우리와 함께 해준 실내식물은 이맘때 쯤 바깥바람을 쐴 필요가 있다. 실내에서 자라도록 태어난 식물은 없다. 실내식물의 대부분은 아마존이나 사막 기후 속에서 살았던 식물이니 날이 따뜻해지면 시원한 공기를 쐬어주는 일을 잊지 말자.
정원은 준비와 기다림의 장소다. 그리고 정말 정직하게 그 기다림과 준비에 대한 확실한 보답을 우리에게 준다. 봄의 정원에서 수선화, 히아신스, 크로커스, 복수초가 싹을 틔우고 있다면 지난 가을에 미리 준비를 해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봄의 정원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것은 여름 정원을 위한 준비다. 여름 정원에선 어떤 풀과 나무가 자라야할지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지금 심어 둬야 여름의 정원을 기다릴 자격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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