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입 속 한가득 ‘봄의 향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6일 03시 00분


부드러운 관자살과 아삭한 아스파라거스

박효남 요리사가 추천한 봄 요리

세종호텔의 박효남 요리사는 봄맞이 요리로 물냉이 드레싱을 곁들인 관자살 구이에 아스파라거스와 식용 꽃으로 만든 샐러드를 추천했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 그의 요리에서 봄내음이 물씬 풍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세종호텔의 박효남 요리사는 봄맞이 요리로 물냉이 드레싱을 곁들인 관자살 구이에 아스파라거스와 식용 꽃으로 만든 샐러드를 추천했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 그의 요리에서 봄내음이 물씬 풍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음식 메뉴를 구상할 때 항상 계절을 생각해요. 봄이 오면 파릇파릇한 새싹과 아지랑이 피어나는 들판이 떠오르죠. 그 푸름과 알록달록 피어나는 꽃을 생각해 봄 메뉴를 만들어봤습니다. 한겨울 움츠렸던 생명이 서서히 피어나는 봄은 요리에 대한 다양한 영감을 주는 계절입니다.”

16일 만난 요리사 박효남 씨(53)에게 봄맞이 요리로 어떤 메뉴가 좋을지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투박하지만 단순했다.

“우리가 제철 식재료를 챙겨 먹어야 하는 이유는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우리 인체도 리듬이 바뀌기 때문이죠. 사람의 인체 리듬도 같은 흐름을 갖고 있어 그때의 맛으로 기운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요. 봄철 식재료는 새싹이 피어나듯 겨우내 움츠렸던 기운을 발산하게 해줍니다. ”

그는 관자살에서 우러나오는 담백한 육즙을 맛볼 수 있는 관자살 구이 요리를 추천했다. 여기에 식욕을 자극하기 위해 식용꽃과 아스파라거스를 이용한 샐러드를 더했다. 아스파라거스는 싱그러운 생기를 입안 전체에서 느낄 수 있고 관자살 구이는 봄철에 식감이 가장 부드럽다. 게다가 샐러드의 차가움과 관자살 구이의 따뜻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다음은 그가 사용한 재료와 요리법.

△물냉이 드레싱을 곁들인 관자살 구이=사계절 가운데 가장 맛이 좋은 봄 조개인 키조개의 관자살을 이용해 만들었다. 물냉이는 최근 미국질병관리예방센터(CDC)가 선정한 ‘최고의 과일과 채소’ 중에서 영양점수 100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보통은 생으로 먹는 것이 좋아 샐러드로 먹는 것이 좋다. 해산물의 텁텁한 맛을 부드럽게 해주기 위해 이번 요리에서는 드레싱으로 사용했다. 물냉이는 영양적으로 칼슘, 인, 철분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겨울철 부족했던 비타민을 보충하기에 좋다. 여기에 원기회복에 좋은 산삼 배양근을 얹어 관자살의 담백한 맛과 산삼 배양근의 건강한 맛이 어우러지도록 했다.

△아스파라거스와 식용 꽃=봄이 되면 사람들의 몸은 원활한 활동을 위해 많은 비타민을 필요로 한다. 아스파라거스와 식용 꽃(팬지 등) 샐러드는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성분이 풍부해 입맛을 살리고 기분까지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아스파라거스는 프랑스 왕실에서 즐겨 먹어서 채소의 귀족, 채소의 왕이라 불린다. 막 피어나는 듯한 특유의 꽃봉오리 모양의 아스파라거스는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며 칼로리도 낮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식용 꽃은 꽃가루 속에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성분이 담겼다. 꽃에서 나오는 은은한 향기로 먹는 이의 식욕을 자극해 입맛을 돋우는 효과도 있다.

▼“외국계 체인호텔 경험으로 토종 한식 상품가치 올릴 터”▼

요리사 박효남 씨(53·사진)는 최근 32년간 몸담았던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을 떠나 세종호텔 총주방장 겸 전무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한 자리에 오래 있는 것보다 끊임없이 변해야 발전이 있는 것”이라며 이직의 이유를 밝혔다. 무엇보다 외국계 호텔체인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토종 호텔에서 한식당을 키워보는 데 남은 인생을 걸고 싶다고 했다. 프랑스 요리 전문인 그가 한식당에 제2의 인생을 건 이유가 궁금했다. 박 씨는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음식은 최고의 건강음식”이라며 “한식을 잘 포장해서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리를 할 때마다 자식보다 소중하게 농사를 일구는 분들을 먼저 생각해왔습니다. 한식이 잘돼야 그 바탕인 식재료도 세계적으로 많이 쓰일 수 있고 그러면 1차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호텔에 한식당이 많이 사라져서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한식당을 살려 한식의 힘을 널리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중졸 학력의 박 씨는 하얏트호텔 주방보조부터 시작해 1988년 38세에 업계 최연소인 힐튼호텔 임원으로 승진했다. 2001년에는 외국계 체인 호텔의 총주방장에 임명됐다. 힐튼그룹 역사상 첫 현지인 총주방장이었다. 지난해에는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요리명장’으로 선정됐다.

이번 이직과 함께 그는 세종사이버대학 조리산업경영학과 교수로 임용돼 봄학기부터 인터넷 강의를 하게 된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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