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하균은 ‘한겨울 개미’를 닮았다. 베짱이와 달리 열심히 달린 자만이 갖는 여유랄까.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조곤조곤하면서도 쾌활했다. 모진 계절을 날 양식을 쌓았기에 평온한, 허나 봄이면 언제든 나설 준비가 된.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영화 ‘순수의 시대’는 1398년 조선 초기 왕자의 난 등 권력 암투에 얽힌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작품. 신하균은 바닥에서 출발해 조선 무장의 정점에 섰으나 사랑 앞에서 고뇌하는 장군 김민재를 맡았다.
-1998년 영화 데뷔인데 사극이 처음이다.
“나도 놀랐다. 의식적으로 피한 건 아니다. 막상 해보니 재밌더라.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다. 조선 초기를 했으니 다른 시대로. ‘순수의 시대’는 다양한 면을 가진 작품이다. 액션과 멜로에, 진한 에로티즘까지. 배우로서 보여줄 게 많은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김민재란 캐릭터 자체는 우직하고 단순하다.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라 끌렸다. 그런 성격이라 순수한 사랑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시나리오로 접했을 땐 안쓰러웠다. 권력 상층부에 올랐지만 자기 인생은 없는 인물이다. 운명의 상대를 만나자 맹목적이 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현실은 보기 드문, 영화니까 가능한 사랑이지.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정사 장면이 많았는데 몸이 엄청 좋더라.
“감독님이 김민재는 몸에서부터 캐릭터가 묻어나길 원했다. 밑바닥부터 악으로 살아온 풍파의 흔적이랄까. 잔 근육 키우려고 엄청 고생했다. 체지방율을 2.7%까지 낮췄다. 지방이 부족하니 체력이 떨어져 촬영조차 쉽질 않았다. 실제 조선시대 무장은 힘을 써야 하니 씨름선수 같은 체형이 많았겠지. 허나 그런 몸으로 애정 신을 찍긴 그렇잖나, 하하.”
-정치물인 줄 알았더니 ‘야한’ 영화였다.
“앞서 말했지만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다양한 면을 가졌다. 여주인공 강한나가 신인인데 고생 많았다. 장혁 강하늘까지 세 배우와 모두 베드신을 찍었다. 힘들었을 텐데 뚝심이 있더라.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 스타일이라 별로 조언할 건 없었다.”
-차기작은 뭔가.
“확정은 아닌데 밝은 영화다. 무겁고 답답한 캐릭터를 했으니 행복한 역할을 하고 싶다. ‘지구를 지켜라’(20003년)의 병구 같은 독특한 인물은 언제든 환영인데, 요즘 그런 영화 찾기 쉽지 않다. 물론 어떤 작품이건 내 만족만 중요한 건 아니다. 이야기를 잘 전달해 관객이 행복해지는 게 더 중요하다. 그게 배우가 할 일 아닌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