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 광복 70주년 맞아 ‘독립운동가 초상화’ 특별전
국산 천연안료 찾아 전국 수소문… 전통화법으로 11인 재현
둥근 안경 안으로 보이는 긴 눈꼬리와 꾹 다문 입, 주름 깊은 뺨….
백범 김구의 얼굴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으로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선생의 굳고 결연한 의지가 배어있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과 달리 초상화의 얼굴에는 독립운동가의 삶 전체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는 ‘핍진성(逼眞性)’이 살아 있다.
독립기념관은 광복 70주년, 3·1절 96주년을 맞아 ‘전통초상화법으로 보는 독립운동가’ 특별기획전을 다음 달 29일까지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특별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에서는 김구를 비롯해 김좌진 김창숙 남자현 박은식 손병희 안중근 안창호 이승훈 전수용 한용운 등 독립운동가 11인을 만날 수 있다.
전통초상화란 조선시대 초상화 양식으로 인물의 고유한 특징인 검버섯, 사마귀, 흉터까지 충실히 담아낸 것이다. 윤주경 독립기념관장은 “전통화법으로 복원된 독립운동가의 얼굴 모습을 통해 이들의 독립운동 정신과 나라사랑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기획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초상화 제작을 맡은 한국얼굴연구소는 초상화에 쓸 물감과 비단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국내에 유통되는 동양화 물감은 일본산이 대부분이라 이를 사용할 수 없었다. 연구소는 국내산 천연안료로 물감을 제작하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했다. 녹색은 경북 포항 뇌성산 뇌록산지, 노랑과 회색은 충북 보은, 붉은색은 전남 강진, 흰색은 전남 신안 자연산 조개에서 채취했다.
이후 국내 물감회사에서 천연안료로 물감을 만들었다. 비단도 국내에서 생산했다. 조용진 연구소장은 “독립운동가의 초상화를 일본산 비단에 일본산 물감으로는 도저히 그릴 수 없었다. 게다가 일본 물감으로 그리면 초상화에서 일본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김구 남자현 전수용의 초상화를 그릴 땐 의상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당시와 똑같이 손바느질로 한복을 제작했다.
초상화 고증에 완벽을 기하다보니 이봉창 의사의 초상화가 빠지기도 했다. 원래 이 의사까지 12명의 초상화를 그릴 예정이었다. 연구소는 이 의사의 정면 얼굴이 담긴 사진 한 장을 가지고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흉상을 제작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이 의사의 옆얼굴 사진이 발굴되면서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내년까지 다시 그리기로 했다. 이번에 제작된 초상화는 교과서나 위인전에 쓸 수 있도록 무상으로 배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연구소 계획이다.
한편 3·1절을 맞아 독립의 얼이 서린 탑골공원,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도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
3·1운동기념관건립위원회는 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기념식을 갖고 탑골공원 성역화선언을 낭독한다. 건립위원장인 이재룡 베델선생기념사업회장은 “3·1운동은 일제의 대한제국 침탈, 강점, 잔학상을 전 세계에 폭로하는 자발적이며 자주적인 비폭력 평화운동이다. 탑골공원을 국가의 성역이며 민족의 혼이 살아있는 거룩한 성지로 가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선 같은 날 오전 11시부터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행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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