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은 적극적인 수단. 하지만 조한승 9단답지 않았다. 그의 바둑은 물 흐르듯 균형을 잡아가는 것인데 이번 것은 다소 급했다. 랭킹 1위 도전자를 맞이한 그의 심적 상태를 보여줬다고나 할까. 참고 1도처럼 흑 1로 갈라 치고 백 2로 다가서면 흑 3 마늘모로 두는 게 보다 유연했다.
박정환 9단은 기회가 왔음을 직감하고 24로 협공했다. 좌상귀 백 1점과 호응한 적절한 벌림. 흑의 매끄럽지 못한 수(23)가 백에게 리듬을 준 격이다. 흑은 25로 한 칸 뛰었고, 백은 26에 이어 28로 귀를 지켰다. 좋은 수순.
흑은 29, 31로 끊었다. 이에 질세라 백도 32, 34로 밀어갔다. 갑자기 흐름이 빨라졌다. 35가 실착. 참고 2도처럼 흑 1로 이을 자리였다. 백 2로 뻗으면 흑 3이 기분 좋은 선수. 백 4, 6으로 살려고 하면 흑 7로 연결한다. 실전보다 훨씬 좋은 모양이다.
백이 36, 38로 둔 게 흑으로선 너무 아프다. 결국 흑은 39로 물러서야 했다. 그러자 백은 40을 뻗어 짭짤한 실리를 챙겼다. 흑이 41로 밀어올린 것은 백을 먼저 무겁게 하겠다는 뜻.
하지만 여기서 박정환은 손을 뺐다. 그러고는 대망의 자리 42로 눌러갔다. 백이 주도권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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