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받을수록 우리는 빛을 잃겠지/나를 아껴줘/아니 그냥, 내버려둬’(김사월×김해원 ‘비밀’·QR코드)
지난해 가요계를 흔든 혼성 듀엣 곡 ‘썸’의 대칭점에 ‘비밀’이 숨어 있었다. ‘썸’이 환한 캠퍼스나 교정, 수다스러운 소셜미디어에 투영된 연애 풍경을 밝은 색채로 다뤘다면, 고풍스러운 ‘비밀’은 은밀하고 이해하기 힘든 잿빛의 교감을 그렸고 주류 가요계는 주목하지 않았다.
‘비밀’을 함께 만들고 부른 혼성 듀오 김사월×김해원이 지난달 26일 열린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신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최우수 포크 음반’도 이 노래가 담긴 미니앨범 ‘비밀’에 돌아갔다. 공예를 전공한 여성 김사월(가명)은 통기타를, 영화를 전공한 남성 김해원은 홀로 보디 전기기타(몸통 안쪽이 빈 전기기타)를 들고 서로의 목소리를 나눈다. 음악은 관능적이고 비극적인 흑백영화 같다. 누군가 ‘서울 버전의 세르주 갱스부르+제인 버킨’이라고 했다. 서울 홍익대 앞 음악인 몇몇이 협동조합 형태로 힘을 합친 ‘자립음악생산조합’ 조합원인 둘을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동교동에서 만났다.
―음악이 독특한 색감의 영화 같다. 최근 한국 음악계에 이런 질감은 없었다. 어디서 나온 건가.
“말로 실제적 상황을 묘사하는 데 능하지 않다. 학교에서도 영상으로 이야기를 어찌 구축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 고민이 노래를 만들 때도 이어진 것 같다.”(김해원·이하 해)
―에로틱하다.
“제작할 때 염두에 둔 키워드는 아니었다.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줘도 좋겠단 얘기는 서로 했다.”(김사월·이하 사) “노래 안에서 화자가 캐릭터로 존재했으면 했다. 노래 속 두 화자는 뭔가 갈구하고 있다. 두 남녀의 심각한 갈구가 부딪치니 관능으로 들리나 보다.”(해)
―서로 어떻게 만났나.
“2012년 홍익대 주변 클럽 ‘빵’ 같은 데서 각자 솔로로 활동했다. 그때 서로의 공연을 봤다.”(해) “음악에 끌린 것 같다. 자연스레 듀오가 됐고, 프로젝트성으로 낸 앨범이 ‘비밀’이다.”(사)
―연인인가.
“아니다. 음악 때문인지 그런 질문을 곧잘 받는다.”(사, 해)
―데뷔 앨범으로 큰 상을 받았다. 어떤가.
“우린 둘 다 느린 사람들이다. 아직 트로피를 (두 손으로 찻잔을 받치며) 이렇게 들고 있는 기분이다.”(사)
―가요 기획사에서 제안은 없었나.
“비슷한 게 있었지만 지금은 이대로가 좋다.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선 음악인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몇몇이 매달 조합비를 내고 서로 앨범 제작과 홍보, 매니지먼트에 관해 품앗이하고 아이디어를 나눈다. 기획사는 도움도 되지만 그만큼 회사에 맞춰줘야 하는 것이 많다.”(해) ―기타는 어떤 걸 쓰나.
“마호가니 목재로 된 ‘길드’사 제품 통기타. 중음역대가 센 기름기 있는 소리가 난다.”(사) “에피폰 카지노 전기기타. 비틀스 같은 옛날 밴드가 많이 썼다.”(해)
―앨범을 꿰뚫는 아련한 공간감이 인상적이다. 어디서 녹음했나.
“지난해 서울 남가좌동의 낡은 주택 2층에 살았다. 방음도 안 돼 차 소리가 창을 넘는 그곳 방 안에서 2주간 녹음했다.”(해) “여름이었다. 너무 더워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작업했다. 거기가 아니었다면 이런 ‘비밀’은 안 나왔을 거다.”(사)
―앞으로 계획은….
“싱어송라이터 김일두 씨와 함께 7일 부산에서 공연한다.(오후 7시 부산진구 인앤빈로스터리, 2만 원, 051-807-5502) 첫 지방공연이다. 각자의 솔로앨범과 듀오의 정규 1집도 내고 싶다.”(사,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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