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 안경광학과, 취업률 100%, 신입생 전원 기숙사…전국구 명품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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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맑게 보는 안경인의 보금자리”

추병선 교수와 한 학생이 ‘안기능 검사’ 수업시간에 환자의 눈 굴절 이상 유무를 검사하고 있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900냥.’

그렇다면 안경은 몇 냥이나 될까. 2013년 전국 성인 평균 안경착용률은 47.1%. 두 명에 한 명꼴이다. 1987년 24%에서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바야흐로 안경 없는 세상은 생각하기 힘들게 됐다.

대구가톨릭대 안경광학과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이 학과의 2014년 취업률은 100%. 졸업생 14명 모두 안경원과 안과병원에 취업했다. 안경원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으면 다국적기업이나 유통회사, 수출입회사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졸업생들이 우선 안경원에 취업하는 이유다. 안경원은 더 넓은 바다로 나가기 위한 징검다리인 셈.

대구가톨릭대 안경광학과는 2009년에 문을 열고 지난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새내기’학과다. 2012년에 석사과정 의료과학대학원을, 2014년에 석박사과정 일반대학원도 개설했다. 재학생은 10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느새 ‘전국구 명품학과’로 소문이 났다. 2014년 ‘지역특화산업 육성을 위한 창조명품형 Eyewear 인력양성 사업단’이 교육부 대학특성화 사업으로 선정됐는데 사업단의 주축학과가 안경광학과다. 학과는 전국 45개 동종학과 중 유일하게 특성화 우수학과(CK-1)로도 선정됐다. 그래서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려든다. ‘글로벌 전문 안경인’을 꿈꾸는 학생과 그 꿈을 실현시켜주는 교수들의 열정, 대학의 전폭적인 지원 이 합작해낸 현상이다.

전문 안경인이 되기 위한 교육과정은 녹록지 않다. 황배준 씨(3학년)는 1학년 때 경험한 ‘안경렌즈 깎아보기 실습’이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 한다. “정신없이 깎다보니 시켜놓은 짜장면이 불어터져 있었습니다. 결국 점심을 거른 채 수업에 들어갔지만 ‘내가 뭔가에 빠졌다’는데 스스로 놀랐습니다. 거대 외국계기업 존슨앤존슨에서 콘택트렌즈를 연구 개발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황 씨의 말처럼 안경광학과의 수업내용은 알차고 빡세다. 2학년 때 배우는 안경제조학은 이 학과만의 특화된 과목. 디자인 등 안경제조에 관련된 것으로 대구지역 산업체와의 연계과목이다. 3학년 때는 재료학 안과학 안경광학 콘택트렌즈학 등을 깊이 있게 배운다. 특히 학생들이 팀별 주제를 정해 여러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캡스톤디자인(시과학, 안경제조학) 과목과 특성화사업단 소속의 4개학과가 개설한 8개의 융합형 특성화 교과목은 스마트Eyewear산업 인력 양성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과목이다. 4학년은 양안시검사, 안경원 경영관리 등을 배운다.

안경광학과 학생들이 2013년 여름방학 때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눈 건강을 위한 무료 검안과 안경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방학 중의 전공심화교육은 이 학과의 강점. 콘택트렌즈 관련 심화 교육과 시기능 훈련 교육은 안경전문가로서의 기반을 닦는데 꼭 필요하다. 글로벌 전문 안경인을 길러내기 위해 교내와 해외 어학연수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이현미 교수(안경재료학)는 “학생들의 머릿속에서 ‘안경원’을 지우는 데서부터 교육을 시작한다. 안경제조업, 유통 전문가 등 더 높은 차원에서 꿈을 키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차별화된 교과로 전공지식을 쌓도록 하고 영어공부에도 힘쓰도록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산학연계 교육도 돋보인다. 이 학과와 MOU를 맺은 (주)다비치안경체인의 강사가 학기 중 매주 실시하는 특강은 현장 중심의 교육 내용으로 인기만점이다. 이런 인연으로 지난해 말 졸업생 7명이 다비치안경체인에 취업하기도 했다.

최첨단, 최고급의 실습기자재도 이 학과의 자랑거리다. 3D프린터 2대, 레이저 조각기 등은 이 학과만이 갖추고 있는 실습기자재. 학생들은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을 3D로 직접 프린트해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안경산업체의 85%가 몰려있는 대구경북지역의 안경업체에서도 학과를 방문해 기기들을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산학 협력이 이뤄지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이 교수는 “안경광학과가 특성화 우수학과에 선정됨으로써 앞으로 5년간 7억5000만 원의 지원금을 추가로 받게 됐다. 글로벌 전문 안경인을 육성하기 위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늘리고 해외연수 등에도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금 제도와 기숙사 시설은 어떨까. 특성화 우수학과로 선정된 덕에 지난해 장학금 7400만 원(사업단 5600만 원, 안경광학과 1800만 원)을 지급했다. 이와 별도로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자격증 취득, 사회 공헌 활동을 하면 점수화해 장학금을 준다. 이름하여 ‘스텔라 포인트’ 장학제도. 기숙사 시설도 훌륭하다. 신입생 전원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올해 2월 15층짜리 기숙사 건물을 추가로 완성해 2, 3, 4학년생들도 원하면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안경광학과 학생들은 ‘가슴 따뜻한’ 안경인을 지향한다. 사랑 나눔 봉사활동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성(Humanity) 창의성(Creativity) 공동체성(Community)을 기르고 있다. ‘Eye Love 봉사단(단장 김기홍 교수)’과 ‘VAO’ 동아리는 그런 정신의 산물. Eye Love 봉사단은 학과가 개설된 2009년부터 틈틈이 봉사활동을 해오다 지난해 정식으로 발족했다. 연간 10회 이상 눈 건강을 위한 무료 검안과 안경 나눔 행사를 펼친다. 2013년 여름방학 때는 추병선 교수(검안학)와 학생 10여 명이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일주일간 검안과 안경처방 봉사활동을 했다.

대구가톨릭대 창업동아리 ‘VAO’ 회원들이 안경 디자인 기획회의를 하는 모습.

VAO 동아리는 안경광학과 동아리의 스타다. ‘내 맘대로 안경 디자인 한번 실컷 해보고 싶었다는’ 김동혁 씨(의료과학대학원 입학예정)의 꿈이 영근 창업동아리다.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2013년 6월 대학의 ‘상품화 동아리’ 모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산업디자인과 언론광고학부, 안경광학과 학생 11명이 참여했다. 안경광학과에서 안경을 기획·디자인해 만들면 언론광고학부에서 홍보영상을 만드는 식이다. 2014년 1월 대한안경지원센터에서 열린 대구 창조경제를 위한 안경 인력 양성 세미나에서 첫 제품(V1)을 공개했다. 예상 밖으로 반응이 좋았다. 자신감을 얻은 ‘VAO’ 1세대들은 이후 거칠 것이 없었다. 순식간에 V2, V3, V4, V5까지 개발했다. (주)국제옵티컬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어느새 판매수익금이 장학금으로 돌아올 정도로 선순환구조로 접어들었다.

이 학과 학생들의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2015학년도 입학정원은 32명(정원외 2명 포함). 수시에서 70%를 뽑았다. 수능 최저기준은 언어 수학 외국어 과탐 중 2개 영역의 합이 8이내다. 30%를 선발하는 정시모집 수능 평균 등급은 4.5등급. 이 학과에는 외국인 학생이 없다. 한국 안경사 면허가 외국에서는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수는 9명(전임교수 6명, 연구교수 1명, 특임교수 1명, 겸임교수 1명)이며 올해 1명을 충원할 예정이다.

대구=손진호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