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친구들과 부르던 ‘도레미송’입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도레미송’을 우리말로 번안한 것이죠. 전학 온 친구가 다른 가사로 불러 놀랐던 기억도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마리아 수녀가 아이들에게 계이름을 가르치기 위해 가사를 붙이는 걸로 나옵니다. “도는 암사슴(doe), 레는 햇살(ray)…” 실제 마리아 수녀가 이 가사를 사용했을 리는 없죠. ‘doe’ ‘ray’는 오스트리아에서 쓰는 독일어가 아니라 영어니까요.
마리아 수녀가 아이들에게 계이름을 가르쳤는지는 사실 의문입니다. 어린이들이 계이름으로 노래하는 것은 영화 배경인 1930년대 유럽에서 매우 새로운 일이었습니다. 헝가리 작곡가인 코다이 졸탄(사진)은 노래 선율에 가사 대신 계이름을 붙여 부르면 음감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1935년부터 음악교육에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다이는 영화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도레미 노래’를 만들기도 했고, 계이름을 손으로 표시하는 ‘계이름 손기호(記號)’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작곡가로서 그는 헝가리 민담을 관현악으로 표현한 ‘하리 야노스’ 모음곡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업적은 음악교육 분야에서 한층 뚜렷했습니다.
음악교육에서 뚜렷한 자취를 남긴 작곡가로는 코다이 외에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로 유명한 카를 오르프가 있습니다. 오르프는 특히 박자교육을 강조해 캐스터네츠, 탬버린과 같은 전통 타악기를 음악교육에 활용했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코다이와 오르프가 개발한 어린이 음악교육 방법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계이름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계이름은 20세기 인물인 코다이나 오르프보다 훨씬 오래됐습니다. 11세기 이탈리아 수도사 겸 작곡가였던 귀도 다레초는 마디마다 첫 음이 한 음씩 올라가는 라틴어 성가에 착안해 해당 음의 가사를 따서 웃(Ut)-레-미-파-솔-라로 이어지는 6음의 계이름을 만들었습니다. 이후에 ‘웃’은 발음하기 쉬운 ‘도’로 바뀌었고 ‘시(티)’가 추가되었죠. 코다이의 48번째 기일인 3월 6일을 앞두고 그가 강조했던 계이름과 음악교육에서의 업적을 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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