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아웃도어학’은 대체 어떤 학문일까. 생소한 이름의 이 학과가 대학에서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름만 보면 여러 학문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탄생한 융합학인 듯하다. 스포츠를 다루는 체육학의 성격도 보이고, 여가나 레저, 관광을 다루는 관광학의 분위기도 느껴진다. 아웃도어라는 이름에서는 신발이나 의류를 다루는 제조업도 연상된다.
2013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을지대 스포츠아웃도어학과의 서원재 교수(학과장)는 스포츠아웃도어학이 융복합 학문임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학과의 이전 명칭이 관광경영학, 여가디자인학이었던 데서 알 수 있듯, 스포츠아웃도어학은 세상의 변화에 맞춰 여러 학문을 교직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스포츠아웃도어학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자신한다. “2014년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규모는 8조 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2006년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무려 8배나 성장했다. 침체된 세계경제 흐름과는 무관하게 한국에서 여가문화와 패션, 캠핑 관련 매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덕택에 등산 인구만 해도 18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아웃도어 시장이 이 시대의 거대한 블루칩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아웃도어 붐은 이론과 실전능력을 겸비한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고, 학과는 바로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것이다.
아웃도어 지도자의 길과 경영자의 길
스포츠아웃도어학과의 인재 양성 교육은 크게 두 분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지도자 양성과정이다. 아웃도어 스포츠의 실기와 이론 교육을 받아 안전하게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면서 아웃도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한다. 아웃도어 지도자들은 ‘오지트레킹 전문가’ ‘트레일러닝 전문가’ ‘수상스포츠 가이드’ 등의 자격증을 갖고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직업으로 삼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경영자 양성 과정이다. 아웃도어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 아웃도어 시설과 경영 관리 등 미래 아웃도어 산업을 이끌어갈 경영자를 기르겠다는 것이다. 이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경영학사라는 타이틀로 아웃도어 체험 교육기관, 아웃도어 용품업체, 관광레저업체, 아웃도어 전문미디어업체, 스포츠 및 건강관리 센터, 대학원과 연구소 등 전문 연구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단 3명뿐인 산악스키 국제심판 자격을 갖고 있는 박경이 교수는 이 학과의 모든 학생들은 지도자의 길을 가든 경영자의 길을 가든 현장에서 충분한 실전 경험을 쌓게 된다고 말한다. 스포츠아웃도어학과는 1학년 때 일반등산과 캠핑, 수영과 수상레저를 전공필수로 이수하고, 2학년 때는 스포츠클라이밍과 암벽등반을 이수하는 등 특화된 현장 중심 교육 과정을 밟는다. 지난해 2학년 학생들은 모두 서울 인수봉 암벽등반을 했다.
학생들에게 이런 체험을 하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평소 산을 오르고 노를 저어봐야 아웃도어 업체에 취직했을 때 고객에 대한 이해와 업무 성과가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산악 등반 경험이 없는 등산화 관련 기업 종사자가 어떻게 등산화 제조나 영업업무 등에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스포츠아웃도어학과에 대한 학교 측의 지원도 남다르다. 학과 개설 2년 만에 교내에 국제규격의 인공암벽을 세워주었고 40명 기준의 암벽등반 장비도 마련해줬다. 을지대 성남캠퍼스에 마련된 인공암벽장은 높이 17m, 길이 15m로 국제대회 유치도 가능하다. 그래서 스포츠클라이밍 동호회원들 사이에서는 벌써 명소로 소문이 나 있다. 워킹트랙으로 구성된 3257㎡ 규모의 레포츠 공원도 조성돼 있다.
배려를 많이 하는 만큼 학생들에 대한 기대수준도 높다. 이 학과 학생들은 전공 관련 자격증 2개와 안전 관련 자격증 1개를 합해 총 3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해야 졸업할 수 있다. 현장 경험과 실무 능력 없이는 훌륭한 인재라고 할 수 없다는 학과의 철학에서 나온 졸업 요건이다.
졸업생 아직 없으나 전망은 밝아
을지대 스포츠아웃도어학과는 학과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졸업생은 없다. 올해 최고 학년(3학년)인 노승찬 씨(23)는 유관 기관과의 MOU(양해각서)와 산학협력 등이 잘 돼 있어 졸업 후 취업에 대한 불안감은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스포츠 전문 사회적기업인 (주)크풋, 성남시 수정구 청소년수련관, 국립공원등산학교, 하누리스포츠, 서울시 산악연맹 산악구조대 등과 MOU를 체결해 협력기반을 갖추고 있다. 노 씨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에서 6개월간 인턴생활을 하면서 아웃도어 대회 진행 등에 대한 실전 경험을 쌓았다.
이 학과에 지망하는 학생들은 비교적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올해 신입생으로 들어온 양경식 씨(19)는 아웃도어 지도자가 되기 위해 이 학과를 지망한 경우다. 양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마라톤에 매료돼 각종 마라톤대회에 참가했고, 대학에서도 마라톤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는 학과를 찾다가 이 학과가 자신의 이상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양 씨는 지도교수와 상담 끝에 산악 달리기 대회라고 할 수 있는 트레일러닝 전문가가 자신의 적성에 맞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2학년인 정서령 씨(19)도 취미 활동을 직업으로까지 연계시켜주는 이 학과에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산학협력을 맺은 특정 기관과 업체가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 혜택도 적지 않다. 특정 기관과 업체들이 이 학과에 기탁한 장학금은 학과 동아리인 아웃도어 동아리(CARPE DIEM)와 수영 동아리의 재학생들에게 주고 있다. 2014년 이 학과가 받은 장학금은 5억 원이나 된다.
이 학과 학생들은 졸업 후 전문 대학원으로 진학할 수도 있다. 을지대학교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스포츠산업융합특성화 대학원 지원사업기관으로 선정됨으로써 스포츠관광융합학과라는 대학원 석사 과정을 개설했기 때문. 이는 스포츠아웃도어학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 수시를 위한 입학사정관의 어드바이스
서울 서라벌고등학교에서 진학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유석용 교사(49·전국교육정책교사연대)가 스포츠아웃도어학과 지원자를 위해 을지대학교 입학사정관인 이혁진 교수(을지인력개발원장)를 인터뷰했다. 2014학년도의 경우 수시로 26명, 정시로 14명을 선발했다. -수시 모집은 어떻게 하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은 크게 을지리더십 전형과 창의적 인재 전형으로 구분된다. 을지리더십 전형은 말 그대로 리더십 역량을 중시한다. 학교에서 학급회장을 하거나 자신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활동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창의적 인재 전형은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창의성, 독창적 능력을 고려한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무엇보다도 수시 합격을 위해서는 1단계 서류 전형을 통과해야 한다. 1단계에서 입학 정원의 3배수를 뽑고 2단계 면접에서 최종 합격 여부를 가린다. 학교에서의 성적은 기본 점수도 중요하지만 학년별로 성적이 꾸준히 올랐는지가 중점 점검 사항이다. 성적이 다소 낮더라도 1학년에서 3학년까지 꾸준히 성적이 올랐을 경우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의 강점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시에서 교과성적 우수자는? 그리고 정시의 합격권은….
“교과성적 우수자 전형은 학교 방침상 국어, 영어, 수학 과목에서 2개 과목이 4등급 이내에 들어야 일단 합격권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시는 수능백분위 점수가 62.87이 평균이다. 내신등급으로 보자면 대략 4, 5등급 정도라고 할까. 다만 교과적성우수자, 을지리더십, 창의적인재 전형은 수능 최저 기준이 없다.”
-수시에서 면접은 어떻게 진행하나.
“학생 1명을 교수 3명이 15분 정도 인터뷰한다. 보통 해당학과 교수 1명, 교수 입학사정관 1명,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학과와 무관한 교수 1명이 면접관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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