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은행나무는 한국 작가가 고르고 직접 번역해 소개하는 외국 문학 시리즈 ‘작가의 옮김’을 펴낸다.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특한 색깔을 가진 외국 작가 위주로 선정할 예정이다.
시리즈 첫 책은 ‘어떤 작위의 세계’ 등을 쓴 소설가 정영문이 번역한 프랑스 요절 작가 에두아르 르베의 소설 ‘자화상’이다. 르베의 소설은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르베는 그림 한 장에는 담을 수 없는 정신적, 성적, 철학적 자화상을 간결하고 건조하지만 두서없는 문장으로 그렸다. “나는 내 내부 장기를 전혀 본 적이 없고, 단지 거울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몸의 특정 부분들을 보았지만, 내 몸의 다른 특정 부분들은 거울이라는 매개물을 통해서도 결코 본 적이 없는데 그것들이 뭔지는 전혀 알 수 없다.”(68쪽)
정 작가는 옮긴이 후기에 “작가는 아무 것도 숨기지 않고 자신을 발가벗겨서 있는 그대로의 삶 전체를 임의로 펼쳐놓는다”며 “일상의 단면들을 아무런 구조적 형식 없이 나열하는 것으로 ‘자화상’은 일상적인 것들에 새로운 차원을 부여해준다”며 추천했다.
정 작가는 르베의 작품 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끌렸다. 르베는 2007년 친구의 자살을 그린 마지막 작품 ‘자살’ 원고를 편집자에게 넘기고 열흘 뒤 42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앞으로 배수아 작가가 루마니아 작가 베테라니 소설, 김다은 작가가 프랑스 작가 중 한 명을 골라 번역해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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