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삶. 절망할 틈도 없다. 세상은 시궁창이니까. 적어도 영화 ‘리바이어던’(19일 개봉)은 그렇게 말한다. 가슴이 휑해지도록.
러시아 바닷가 마을에서 자동차정비를 하는 콜랴(알렉세이 세레브리아코브)는 아내와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 조상 때부터 살아온 그의 보금자리를 부패한 시장 바딤(로만 마댜노브)이 야비한 수단으로 뺏으려해 곤경에 처한다. 모스크바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친구 디마(볼디미르 브도치엔코브)가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바딤과 결탁한 법원은 시장 손을 들어주고…. 콜랴와 디마는 마지막 수단으로 어렵사리 바딤의 비리를 캐낸다. 최소한 적절한 보상이라도 받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즈비아긴체프 감독이 지금까지 찍은 장편은 4편. 첫 장편 ‘리턴’부터 모두 칸과 베니스에서 상을 받았다. 리바이어던 역시 지난해 칸에서 각본상을, 올해 골든글로브에선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세계적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과 비견되곤 하는 그의 작품이 2006년 ‘리턴’ 이후 국내에서 9년 만에 선보인다.
리바이어던은 리턴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감독은 전작 3편에선 주로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리바이어던 역시 아버지인 콜랴와 그의 가족 얘기긴 하나 여기에 짙은 사회성을 추가했다. 어떤 견제도 받지 않는 권력이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 가족한테 수컷 냄새 풍기던 가장은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지 영화는 찬찬히 목도한다.
영화를 한 차원 더 높이 끌어올리는 건 러시아의 풍광이다. 카메라는 의도적으로 드넓은 자연과 도시의 곳곳을 찬찬히 훑는다. 그곳은 뭐 하나 성한 데가 없다. 건물은 무너졌고, 바다는 지저분하다. 지나치는 인간 군상은 하나 같이 무심하고 무력하다. 독한 보드카에 취하거나 주위에 성질만 낼 뿐. 시궁창은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시궁창이다.
엄청난 해외 호평과 달리 리바이어던은 현지에선 지난한 논란에 휘말렸다. 러시아를 너무 부패한 국가로 그린 ‘반 푸틴 영화’란 비난이었다. 심지어 러시아 정부는 이 작품을 계기로 “국가의 결속을 해치는 영화”에 대한 검열제 도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칼자루를 쥔 치들은 어째 하는 일이 그 모양이다. 참고로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바다의 괴물.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국가권력에 비유한 그 괴물이다.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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