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 바다 넓은 바다 양주만 남기고 다 잡아 실었네. 에~에~에. 의중 붓도 다붙여놓고 한복판에서 장원을 합시다. 에~에~에.”
퓨전국악 연주팀 ‘월드뮤직그룹 세움’을 이끌고 있는 유세움 씨(32)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포격 피해를 입었던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토속음악을 수집했다. 연평도의 토박이 어민인 70대 노창식 할아버지가 막걸리를 마시다 ‘연평도 배치기’를 구성지기 불렀다. 유 씨는 들고 다니던 캠코더, 녹음기에 가사와 원곡을 생생히 담았다. 이 노래의 가사 중 ‘양주’는 술이 아니라 조기의 암컷과 수컷 한 쌍을 의미하는 연평 토속어다. 새끼를 낳을 암수 한 쌍만 남겨두고 조기를 가득 잡은 흥겨움을 표현하고 있다.
유 씨는 인천문화재단 지원으로 2013년 10월~지난해 12월 서해5도와 강화도, 덕적도, 서구 해안가를 돌며 50여 명의 현지인들로부터 다양한 ‘소리’를 녹취했다. 백령도에서는 100세 할머니로부터 ‘타박타령’, 80대 할머니로부터 ‘구월산 노래’ 등 듣기 어려운 타령과 민요를 채집했다.
구월산 노래의 경우 한국전쟁 때 황해도 구월산에서 숨어 지내던 피난민들이 포격 속에서 부르던 신 민요라는 것. 당시 18세 때 백령도로 피난 온 노순말 할머니가 술 한 잔 걸친 뒤 “너희 해나 집은 어드메길래 해가 지도록 짖을 게냐. 안개나 속에 일반 초당의 나의 집일세~”라는 구전 민요를 들려줬다. 깊은 산속에 숨어 지내며 집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유 씨는 소리 채집 과정을 정리해 168쪽 짜리 ‘인천의 소리를 보다’(다인아트)라는 책으로 펴냈다. 또 20곡의 원음과 원곡 6곡을 퓨전국악으로 편집한 CD ‘인천 리와인드(Rewind)& 리버스(Rebirth)’를 11일 발매했다.
“퓨전국악 창작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인천 민속음악을 찾아 다녔지만 제대로 된 음원을 발견하기 어려웠어요. 14개월간 무작정 섬에 들어가 소리하는 어르신을 수소문하기 위해 민박집, 노인정, 상점을 전전했으며 만나는 노인네에게 어릴 적부터 부르던 노래를 청해 들었어요.
그는 풍랑으로 인해 며칠 씩 섬에 발이 묶이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가 쓴 경비 중 노인과 친숙해지기 위한 바카스, 술 구입비가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열정은 ‘월드뮤직그룹 세움’에도 그대로 베어있어 창단 3년째임에도 인천의 대표적인 국악연주단으로 자리 잡았다. 단원들은 유 씨를 비롯한 전통 타악자, 가야금 연주자 4명을 중심으로 색소폰 피아노 트럼펫 콘트라베이스 등 서양 악기 연주자들로 구성됐다. 지난해 9월 인천 아시아경기 때 주경기장 야외광장에서 ‘하나되는 아시아’라는 공연을 한데 이어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2014 서울아트마켓(PAMS) 개막 무대에 나섰다. PAMS는 국내 최대의 공연예술 견본시장.
이들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송도국제도시 내 트라이볼, 부평아트센터, 재즈카페 무대에 수시로 올라 퓨전국악을 선보이고 있다. 일본 음악인들과의 협업작업(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코리안& 제페니스 브레스’를 진행했고 음악창작극 ‘할락궁이의 모험’의 연주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인전철 동인천역 인근의 연습실 겸 사무실에서는 청소년 대상으로 무료로 사물놀이 교육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장단을 가미한 월드뮤직을 CD 2매에 담아 발매했다. 세움 음악에 대해 ”소리의 울림은 몸짓이 되고, 몸짓은 신명을 불러온다. 이 소리를 들으면 몸이 개운해진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월드뮤직그룹 세움은 올 초 인천 공연팀 중 처음으로 ‘한국 대중음악상’의 최우수 연주와 최우수 크로스오버 2개 부문의 수상 후보자로 올랐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애든버러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2015 애든버러 프린지 초청공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8월 16~22일 애든버러 시베뉴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유 씨는 ”한국 퓨전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활동에 더욱 매진하려한다. 인천 예술브랜드를 컨텐츠하기 위해 섬에서 채취한 토속음악을 토대로 한 뮤지컬 ‘바다’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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