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이 41로 붙이자 백은 받질 않고 손을 돌려 42로 둔다. 그 이유는 참고 1도를 보면 안다. 백 1로 두어도 흑 2, 4, 6, 8로 둔 뒤 10으로 끊어 ‘가’의 약점을 만들어 놓고 흑 16까지 살면 백은 한 게 없기 때문이다.
42는 좌변 흑을 끊는 수단을 보고 있다. 흑이 43으로 젖히자 백이 44로 되젖힌 것은 당연한 대응. 백은 46부터 50까지 바깥을 에워싸며 흑을 가두고 있다.
흑이 51로 뚫고 나올 때가 고비. 막고 싶지만 잘 안 된다. 그래서 52로 물러섰다. 어차피 흑은 언제든지 살 수 있는 모양이라 굳이 중앙에 약점을 남길 이유가 없다는 게 조한승 9단의 계산.
박정환 9단은 57까지 하변 흑을 수습했다. 백도 중앙에 세력이 생겨 불만 없는 모습이다. 흑은 잠시 숨을 고를 여유가 생겼고 백은 58을 선착해 아직 형세는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59에 대한 대응이 안이했다. 60이 그것. 당장 백은 참고 2도처럼 백 1로 둘 수도 있다. 백 7까지 흑 1점을 끊은 모습이다. 당장 두지 않더라도 이런 수단을 없앤 게 문제. 60, 62는 상대를 이롭게 하는 이적수. 흑이 머리를 내민 모습이 당차다. 중앙 백의 두터움이 순식간에 사라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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