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달력이라는 단어에서 날짜와 절기, 각종 공휴일을 떠올립니다. 여기에 가족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이 겹쳐지죠.
종교 분야를 취재하는 제게는 어느새 또 다른 특별한 날들이 생겼습니다. 부처님오신날과 성탄절을 빼고도 꼭 기억해야 하는 날짜들이죠. 김수환 추기경 선종일(2월 16일), 법정 스님 입적일(올해는 3월 16일), 한경직 목사 소천일(4월 19일), 원불교 대각개교절(4월 28일) 등이 그렇습니다.
매년 돌아오는 이런 날짜들에 맞춰 어울리는 기사를 싣지 못하면 제대로 일을 못했다는 불편함에 시달립니다. 다른 기자의 돋보이는 기사를 보게 되면 가족 누군가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빅 데이(Big Day)’를 잊고 지나간 것과 비슷한 후유증까지 겪습니다.
때로 무언가를 기억해야 하는 것 자체가 큰 고민입니다. 가족보다 자신의 업(業)과 관련한 날들을 잊지 않아야 하는 게 요즘 분위기입니다. 그 만큼 세상이 주는 스트레스는 점점 강해지고, 변화의 속도도 눈 뜨고 코 베일 정도죠.
부활절(4월 5일)의 달로 기억되던 4월, 제게는 또 하나 기억해야 할 날이 생겼습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그날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종교계는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지만, 오늘은 개신교 쪽을 소개할까 합니다. 세월호 참사 구조작업이 진행됐던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는 16일 특별한 행사가 준비돼 있습니다.
길 코너를 통해 ‘하늘나라 우체국장’으로 소개했던 송길원 목사가 이날 1주기 추모와 함께 이스터(Easter·부활절) 트리 점등식을 개최한다고 하네요. 송 목사는 그동안 나무나 벽면에 기도 제목을 적은 계란을 걸어놓는 이스터 트리 운동을 펼쳐 왔습니다. 트리에는 희생자와 실종자 수를 합한 304개의 플라스틱 계란 모형이 사용됐고, 내부에 전구가 들어 있습니다. 송 목사는 “노란색 계란은 학생, 흰색은 성인을 상징한다”며 “트리는 희생자들을 기억하겠다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트리는 다음달 16일까지 팽목항을 밝힐 예정입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목사 이영훈)는 제4회 안산 희망나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3일 오후 경기 안산시의 재래시장인 보성시장을 찾았습니다. 이 목사를 포함한 신자 100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신자들은 이 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매회 6000만 원 어치 이상의 물품을 구입했다고 하네요. 시름에 잠긴 안산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작은 보탬이라도 주기 위한 노력이라는 게 교회의 설명입니다.
사람들마다 ‘마음의 달력’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달력에서 기억해야 할 날짜도 다르고, 심지어 같은 날짜도 같은 방식으로 기억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잊지 않는다는 것 아닐까요?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방법으로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마음의 달력을 더욱 선명하게 새기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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