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것도 아니고, 흐린 것도 아니고. 따뜻해진 것도 아니고, 한겨울처럼 추운 것도 아니고. 매년 이 계절은 희뿌연 마음의 혼돈을 불러옵니다. 그렇지만 봄은 분명 문턱에 있습니다. 이런 때 저는 두 종류의 새를 떠올립니다. 우연히 둘 다 영국 새입니다. 작곡가 랠프 본윌리엄스(1872∼1958)의 ‘종달새의 비상’과 프레드릭 딜리어스(1862∼1934)의 ‘봄날 뻐꾸기의 첫 울음소리를 듣다’입니다. 본윌리엄스의 곡은 김연아의 2006∼2007시즌 프리스케이팅 배경음악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이기도 하죠.
두 곡의 악상은 다르면서도 어딘가 비슷합니다. 부유하는 듯한, 꿈꾸는 것 같으면서 음울하지 않고, 그렇다고 마냥 미소 짓는 것 같지도 않은 이른 봄의 대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긴 겨울을 무사히 넘긴 어린 새들은 새봄을 맞아 비행을 연습하고, 성숙한 새들은 짝을 찾아 노래하겠죠. 이 두 작품의 몽롱한 분위기는 같은 시대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들인 드뷔시와 라벨의 작품을 떠올리게 합니다. 본윌리엄스나 딜리어스가 ‘인상주의’ 작곡가로 분류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들의 관현악이 가진 희뿌연 느낌은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상주의라면 음악보다 모네나 마네의 프랑스 회화를 먼저 떠올리게 되죠. 그런데 이들의 선조격인 화가는 영국에서 먼저 태어났습니다.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1775∼1851)입니다. 빛의 효과를 중시해 윤곽선을 흐리게 하고 안료를 중첩시켜서 몽롱한 효과를 낸 그의 그림은 이후 출현하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모네도 그의 작품을 주의 깊게 분석하고 연구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저는 어느 해보다 활짝 피어날 올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4월 30일부터 인상주의 화가들이 활동한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을 여행하기 때문이죠. 노르망디로 가기 전에 런던에서는 터너가 그린 빛과 몽롱함의 효과에 취해보고자 합니다. ‘유럽 모던 인상파의 고향 영국·프랑스-고흐 모네 터너의 아틀리에를 갑니다’ 여행입니다. 함께 가실 분? to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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