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도서구입비입니다. 단행본 도서 한 권 값 평균이 1만8648원이니 한 달에 책을 한 권도 사지 않는 가구도 적지 않을 겁니다. 출판계가 얼마나 불황인지 여실히 알 수 있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변을 잘 찾아보면 한 달에 50만 원 넘게 책을 사서 주변에 선물하는 ‘책 산타’들도 있습니다. 부산에 거주하는 판사 출신 홍광식 변호사(66)는 1980년대 초부터 책을 사서 주변에 선물했습니다. 그렇게 선물한 책이 어림잡아 5만 권이 넘습니다. 요즘엔 어려운 국내 출판계 상황을 고려해 이왕이면 국내 저자가 지은 책을 골라 지역 서점에서 산다고 하네요. 특히 그는 그냥 책을 대량으로 사는 게 아니라 양서를 고르기 위한 수고도 아끼지 않습니다. 매주 토요일 여러 일간지에 실린 서평을 꼼꼼히 읽고 후보 책을 고른 뒤 직접 서점을 찾아 구입합니다. 요즘엔 그의 또래들에게 이근후 박사의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샘터사)를 주로 선물한답니다. 홍 변호사는 “나 혼자만 잘 살아선 좋은 사회가 될 수 없다. 지식도 여러 사람이 공유해야 가치가 있기에 책 선물로 여러 사람과 골고루 나누고 싶다”고 했습니다.
책 산타는 책에 생명도 불어넣습니다. 눌와 출판사는 지난해 11월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의 ‘궁궐의 우리 나무’ 개정판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2001년 첫 출간 후 3만 부가 팔린 스테디셀러입니다. 여기엔 10년 넘게 꾸준히 이 책을 사서 주변에 선물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의 지지가 큰 보탬이 됐습니다. 김효형 눌와 대표는 “한 권의 책 선물은 받는 이에게 좋은 책이란 인상을 주고 주변에 구전 홍보도 되기에 단순한 한 권 판매 이상의 효과를 낸다”고 전했습니다.
기자도 책 산타가 한 명이라도 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장르문학 출판사 북스피어에서 만든 머그잔(사진)을 머리에 올렸습니다. 잔에 쓰여 있는 “아아 사람들아 책 좀 사라”는 절규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려, 올해는 꼭 ‘출판계, 불황을 떨치다’란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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