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본격적으로 산업화됐던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코코 샤넬과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여성복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곳. 1950년대 이브 생 로랑과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위브르드 지방시가 신나게 옷을 만든 곳. 1980,90년대를 풍미한 카를 라거펠트와 존 갈리아노, 마크 제이콥스에 이어 21세기 알렉산더 퀸, 니콜라 게스키에르, 라프 시몬스, 피비 파일로, 리카르도 티시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온 곳 역시 파리다.
오랜 시간 트렌드의 중심이었던 파리는 앞으로도 ‘천혜의 패션 도시’ 명맥을 이어갈 것이다. 남성과 여성 ‘레디 투 웨어(기성복)’ 컬렉션을 비롯해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 컬렉션 등 패션과 관련된 행사가 연중 계속해서 열린다. 가장 규모가 큰 여성복 레디 투 웨어는 뉴욕에서 시작해 런던, 밀라노를 거쳐 파리에서 그 절정에 이르게 된다.
이달 3월 4∼11일 파리에서 ‘2015 가을·겨울 파리 컬렉션’이 열렸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패션 에디터를 비롯한 각종 언론인들, 헤어 및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 모델, 바이어, 패션 브랜드 종사자, 그리고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블로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패션인들이 파리로 모여들었다. 패션쇼가 열리는 루브르나 그랑 팔레 앞에는 쇼가 시작되기 직전 수백 명의 포토그래퍼가 구름처럼 몰려든다. 그들의 카메라는 런웨이 모델이 아닌 쇼를 보러 가는 ‘패션 피플’들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이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가리켜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스트리트 패션 블로거’라는 신종 타이틀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10여 년 전부터 파리에서 스트리트 패션 촬영을 해온 작가 정기범 씨는 “2000년대 후반만 해도 이렇게까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블로거들 때문에 사진 찍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졌다”며 “유명 모델, 스타일리스트, 에디터들과의 일대일 촬영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왜 이렇게 많은 포토그래퍼들이 ‘거리 패션’에 주목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그 사진들에 열광하는 걸까.
글: 신동선 / 사진: 파리=정기범 <파리에서 만난 패션 피플의 리얼웨이 룩 333> 공동저자 / 정리: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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