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파리 거리를 배경으로 한 ‘리얼 패션’이 있다. 모델의 몸매와 얼굴이 아닌, 일반인(?)의 비주얼이라 오히려 친근하다. 따라 하고 싶은 스타일링의 노하우가 있다. 부스스한 헤어스타일도, 노 메이크업의 시크함도, 강약을 조절한 스타일링도 그곳에선 왠지 근사해 보인다.
24시간 옷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 그 누구보다 옷을 잘 알고 이해한다. 본인들에게 어떤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보물 같은 방법을 알아낸 사람들이다. 어떤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가 살아 있는 곳. 스트리트가 그 실체이며 현장인 것이다!
100명을 만나면 100가지 스타일링을 볼 수 있다. 사진만 봐도 각자 저마다의 스타일링 노하우를 말해주려는 것 같다. 같은 옷, 같은 가방, 같은 신발이라도 누가 언제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파리 패션위크 기간 동안 촬영한 수많은 리얼 패션피플의 사진들 중에서 주요 패션 키워드별로 스타일링에 관한 힌트를 줄 수 있는 룩을 골라보았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비싼 명품으로 치장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 입은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도 아니다. ‘시행착오’다. 이렇게 저렇게 입어보고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비로소 ‘내 것, 내 스타일’이 생긴다. 시도해보는 과정이 없으면 절대로 ‘패션 고수’가 될 수가 없다.
왜 시행착오까지 감행하며 옷을 잘 입어야 하냐고? 옷 입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치열하게 일할 때도, 열심히 공부할 때도, 휴식을 하면서도, 여행을 가서도, 데이트할 때도, 친구들과 놀 때도. 언제 어디서든 나의 비주얼은 내가 책임지는 거니까. 스타일과 매너가 점점 더 중요해진 세상이니까. 작은 센스가 내 감각을 보여주는 거니까. 후줄근한 차림보다 훨씬 더 프로페셔널해 보이니까. 결정적으로 ‘비주얼 아웃풋’이 중요한 디지털 시대니까!
●와이드 팬츠
이래서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는 것일까. 패션피플들이 스키니 팬츠에 질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새로운 선택은 일명 ‘통바지’, 와이드팬츠다. 와이드팬츠의 종류도 다양하다. 일자 와이드팬츠, 밑단으로 내려갈수록 통이 넓어지는 벨보텀 팬츠(나팔바지 스타일), 크롭트 와이드팬츠……. 선택한 바지에 따라 스니커즈, 스틸레토 힐 등을 매치하면 룩이 달라 보인다. 1970년대 복고풍, 모던풍 등 스타일의 선택도 갖가지.
●슬립온&스니커즈
정장에도 드레스에도 ‘언제나’ 옳다. 슬립온과 스니커즈처럼 발이 편한 신발이 여전히 대세가 되고 있다. 파리에 몰린 패션피플들의 스니커즈 스타일은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러블리한 핑크 새틴 드레스에 하얀색 아디다스 슈퍼스타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센스, 머리부터 슬립온까지 색의 톤을 맞춰 신경 쓰지 않은 듯 신경 써주는 센스가 빛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샤넬 레이디’로 분해도, 스니커즈를 매치하면 ‘전형’을 깬 듯 달라 보인다.
●미니백 열풍
이번 시즌에도 빅백은 계속 장롱 속에 넣어둬야 할 것 같다. 파리 스트리트는 온통 미니백이 물들이고 있었다. 메신저백처럼 크로스로 매거나, 손에 들거나, 옆으로 매거나 종류도 다양하다. 골반 즈음에 크로스로 내려오는 앙증맞은 미니백은 귀여우면서도 시크하다. 독특한 문구가 쓰여 있는 미니백으로 위트를 뽐내는 패션피플도 눈에 띈다.
글: 신동선 / 사진: 파리=정기범 <파리에서 만난 패션 피플의 리얼웨이 룩 333> 공동저자 / 정리: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