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개의 다이아몬드를 가질 수 있다면 대부분은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 개 이상을 갖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영국 다이아몬드 전문 기업 ‘그라프’는 바로 이점을 파고들었다. 최소 수천만 원부터 수십억 원에 달하는 유색 다이아몬드를 장식용 보석이 아닌 부를 증식하기 위한 투자 개념으로 본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라프의 주요 고객은 전 세계 슈퍼리치들이다. 주요 단골로는 모나코 국왕 알베르 2세의 왕비 샬린 윗스톡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오프라 윈프리 등이 있다.
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난 아르노 바스티엔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는 그라프의 다이아몬드를 티파니, 카르티에 등 보석 브랜드가 아닌 피카소의 그림에 비유했다.
“우리가 목표로 삼는 고객은 일반인이 아닙니다. 다이아몬드를 투자 대상으로 보는 사람이죠. 그래서 고객 수에 연연하지 않아요. 소수 틈새시장을 겨냥하기 때문에 대대적인 마케팅이 필요없죠. 대신 슈퍼리치와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라프는 2013년 8월 신라호텔 1층에 국내 유일의 매장을 내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아시아 시장의 경우 일본, 홍콩, 중국 다음으로 다소 늦게 진출한 셈이다. 현재 그라프는 전 세계 49곳, 아시아 지역에서는 17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바스티엔 대표는 한국 시장을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표현하며 “대대적인 홍보 활동이 없었기에 다른 국가에 비해 판매 성과가 기대치에 못 미쳤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라프가 갖고 있던 ‘탁월한’ 제품들은 이미 한국에서 팔렸다고 덧붙였다.
그라프는 원석 채굴부터 커팅, 폴리싱, 세팅 등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날 열린 옐로 다이아몬드 특별 전시회에서 공개된 제품은 옐로 및 화이트 다이아몬드로 제작된 3종류의 세트였다. 그중에서 총 136.16캐럿 다이아몬드로 제작된 목걸이의 가격은 수십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내내 그가 만지작거리던 옐로 다이아몬드 반지 두 개의 가격을 물었다. 하나는 약 20억 원이었고 나머지는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육안으로 보면 비슷해 보이는 두 제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스티엔 대표는 “바닷가에 있는 빌딩 맨 위층의 펜트하우스를 생각하면 된다”며 “주소는 같지만 한 곳은 근사한 바다 전망인 반면, 반대편은 삭막한 빌딩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같은 다이아몬드라도 색깔의 감도에 따라 그 가치는 하늘과 땅이라는 것이다. 그라프에 따르면 옐로 다이아몬드의 경우, 커팅이나 크기, 투명도보다 색깔을 중시한다. 색깔의 감도에 따라 팬시 디프, 팬시 다크, 팬시 비비드 등으로 분류된다. 현재 팬시 비비드 이상의 제품은 세계적으로 발굴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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