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아트 바젤 홍콩 기간 중 연례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엠플러스(M+) 박물관의 공간계획 요지는 이 한마디였다. ‘안에서부터 밖으로’ 형성시켜나간 공간.
공연, 쇼핑, 전시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구성한 대규모 복합문화시설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대개는 이런저런 용도의 공간을 하나씩 추가하며 이어붙인 거대한 미로를 낳거나, 건물 외형의 이미지 다듬기에 치중하다 쓸모없이 버려진 내부공간을 산더미처럼 품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얻게 된다. 전자의 예는 서울 코엑스몰, 후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다.
‘박물관 이상(以上)’을 뜻하는 이름을 내세운 엠플러스 박물관은 연안 매립 부지에 형성 중인 홍콩 서구문화구(西九文化區) 계획의 일부다. 마이클 린치 서구문화구관리국 최고경영자(CEO)는 “연면적 약 6만㎡에 이르는 이 박물관은 단순한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문화 콘텐트와 관람객의 폭넓은 관계맺음을 유도하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목적을 위해 전시 컬렉션을 먼저 정리한 뒤 그에 알맞은 공간을 구성했다.
‘시각문화박물관’을 표방한 엠플러스는 시각예술, 건축디자인, 동영상이미지 등 세 카테고리 아래 20세기 이후 작품 3000여 점을 분류별 컬렉션으로 구축했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과 중국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회사 헤르조그&드뮤론이 2013년 6월 총괄건축가로 선정됐다. 2018년 완공해 다음해 문을 열 예정이다.
홍콩 중심가에 지난해 문을 연 디자인 테마공간 ‘PMQ’는 엠플러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게 하는 선례다. 1951년 지어져 경찰가족숙소로 쓰인 옛 건물을 개조한 디자이너 합동작업실 겸 상업공간이다. 100여 팀의 디자이너들이 모여 각자 배정받은 공간에서 작업과 제품 판매를 병행한다. 위락시설과 공원을 갖췄지만 외형의 화려함은 버렸다. 그러나 눈 두는 곳마다 ‘사고 싶은’ 물건이 가득 쌓여 있다. ‘어떤 건물을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쓸 공간을 마련할 것인가’ 고민한 결과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