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여행은 느리다. 하지만 덕분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빠르게 지나칠 때보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바쁜 일상에 치여 한동안 하지 못했던 사색에 빠질 수도 있다. 길을 걷는 여행자들은 모두 이런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순례 여행은 거창한 것이 아닌, 자신을 천천히 돌아보는 여행’이라는 작가 파울루 코엘류의 말처럼.
스페인 북부에서 시작해 성 야고보의 유해가 묻힌 성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수많은 여행자가 찾는 세계적인 도보 여행길로 손꼽힌다. 유럽의 기독교인들이 성 야고보의 정신을 기리며 스페인 북쪽을 가로질러 산티아고까지 걸어 다니던 길이 이 순례길의 시작. 이후 90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며 전 세계의 수많은 도보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도보 여행길로 변모한 것이다. 산티아고의 순례 여행은 피레네 산을 넘는 전초도시, 생장피에드포르의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자용 전용 여권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여행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순례길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채워진다.
특히 프랑스 생장에서 스페인 국경을 넘어 론세바예스로 가는 피레네 산 구간, 팜플로나 시내의 전경과 멋진 금속 조형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페르돈 언덕 구간, 멋진 운해와 예쁜 들꽃이 가득한 오세브레이로 구간 등이 유명하다.
또 순례자들이 자신의 기원을 담은 물품을 놓고 가는 이라고 철십자가 구간과 산티아고 순례자 인증서를 받을 수 있는 최소 거리, 사리아∼산티아고 대성당 100km 구간 등은 꼭 걸어야 하는 필수 코스로 꼽힌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또 다른 매력은 매운 고추 양념과 마른 마늘을 많이 사용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스페인 북부의 음식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토르티야, 타파스, 순례자 전용 메뉴 등을 맛보며 산티아고 순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도 만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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