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올 개막작 ‘지젤’…발레리나 24명의 군무 ‘환상 체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4일 13시 45분


코멘트
국립발레단 지젤 연습 사진 =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국립발레단 지젤 연습 사진 =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봄바람 살랑 불어오는 3월,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토슈즈를 질끈 묶고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의 올해 첫 시즌 개막작은 지젤. 낭만 발레의 정수로 꼽히는 지젤은 2막의 군무가 백미다. 스타 발레리나, 발레리노 한명이 아닌 수십 명의 단원이 만들어내는 군무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젤의 2막.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한밤 중 숲 속,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무덤 앞에 흰 면사포와 하얀색 튀튀를 입은 24명의 윌리(Willy·처녀귀신)들이 하나둘 무대에 오른다. 얼굴을 덮은 면사포가 벗겨져 날아가면 순백의 윌리들이 어둠 속 달빛 아래 대열을 갖춘다. 음악에 맞춰 시시각각 대열을 바꾸며 추는 군무는 절도와 힘이 넘친다. 남자에게 배신당해 죽은 처녀귀신들이 숲 속을 지나가는 남자를 잡아가 해가 뜰 때까지 춤을 추게 만든다. 이 군무는 ‘라 바야데르’의 망령들의 왕국, ‘백조의 호수’의 호숫가 군무와 함께 발레 블랑(ballet blanc·하얀 발레)을 대표하는 명장면이다.

국립발레단 발레미스트리스(지도위원)인 김은진 씨는 “지젤의 군무는 대열과 움직임이 다양하고 2막 공연시간 55분 중 30분이 군무 장면일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젤의 2막은 주인공 지젤의 무대라기 보다는 코르 드 발레(군무) 단원 24명의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 지젤이 춤을 출 때에도 코르드발레 단원들은 뒤에서 대열을 갖추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김 지도위원은 “군무를 추는 무용수들도 주연 못잖은 존재감을 지녀 다들 이 작품만큼은 ‘나도 지젤’이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고 말했다.

지젤 군무의 구성은 다른 작품에 비해 다양한 편이다. 무대를 사선으로 가르는 대각선 대열이 가장 많고, 원 모양의 대열, 6줄 대열, 8줄 대열 등이 있다. 또 지젤이 2막에서 윌리로 변신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코르 드 발레 단원들이 4그룹씩 나눠 팔을 둥글게 말아 올린 채 아름다운 대열을 만든다. 이 대열은 컵케이크나 꽃 모양과 흡사해 일명 ‘컵케이크 군무’ ‘플라워 군무’라고 불리며 매 공연 마다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낸다.

지젤의 군무는 24명의 발레리나들이 똑같은 동작을 똑같은 템포로 맞추기 위해선 엄청난 연습 시간이 필요하다. 김 지도위원은 “외국에선 발레단 별로 발레학교가 있지만 국내에선 발레리나들이 각기 다른 스타일의 발레를 익힌 상태에서 발레단에 들어오기 때문에 하나의 군무로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군무 리허설 시간도 따로 할애돼 있다”고 설명했다. 25~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8만 원, 02-587-618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