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농업생명환경대학 식물자원학과, 농대가 상대보다 낫다? 블루오션 억대 농가를 꿈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0일 1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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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식물자원학고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학과는 농장, 동물자원개발센터, 식물종합병원, 기후변화연구소, 농업과학기술교육센터 등 10여 개의 연구기관과 부속기관, 유전육종학, 재배학 실험실 등 6개의 실험실을 갖추고 있다. 충북대 제공
충북대 식물자원학고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학과는 농장, 동물자원개발센터, 식물종합병원, 기후변화연구소, 농업과학기술교육센터 등 10여 개의 연구기관과 부속기관, 유전육종학, 재배학 실험실 등 6개의 실험실을 갖추고 있다. 충북대 제공

“농대가 상대보다 낫다.”

하루 30시간도 모자란 듯 바삐 사는 우선희 충북대 농업생명환경대학 식물자원학과 교수에게 기자가 농업에 비전이 있는지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의 말은 언뜻 학문 이기주의적 발상처럼 들리지만 이는 우 교수의 소신이다. 우 교수는 “농업의 전문성을 융복합해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경영학을 전공하는 것보다 낫다는 의미”라며 “농업은 배운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전공영역이 있고 융복합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농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한다. 우 교수의 말은 지금까지 농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했던 것은 농업이란 좋은 재료를 갖고도 융복합이란 요리 기술을 잘 쓰지 못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농업은 이미 블루오션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향하고 있고, 그중에는 억대 농부의 꿈을 이룬 사람들도 있다. 2014년 전라남도의 억대 농가는 4231가구로 전년 대비 3.6%가 늘었고, 전국적인 억대 농가도 1만 6천 가구(2012년 기준)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억대 농가는 농업을 둘러싼 악조건을 ‘스마트 농법’ 등 혁신과 연구로 극복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세계적인 상품 투자자 짐 로저스는 2013년 고려대 강연에서 “갈수록 농부는 줄어들고, 농산물 수요는 늘어나지만 비축량은 줄어들 것이다. 농업은 앞으로 20~30년 안에 가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우 교수도 같은 생각이다. 우 교수는 “농촌은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다. 새로운 걸 시도하는데 경쟁자가 없다는 것도 큰 매력이고 시장은 점점 더 커져간다”고 말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촌인구는 2010년 817만7000명에서 2020년 684만7000명으로 줄어들겠지만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은 21.2%에서 27.2%로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충북대 식물자원학과 박훈희씨(4학년)가 올 1월 인도 방갈로우루 농우바이오 지사에서 옥수수 육종학 전문가인 티드리 박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충북대 제공
충북대 식물자원학과 박훈희씨(4학년)가 올 1월 인도 방갈로우루 농우바이오 지사에서 옥수수 육종학 전문가인 티드리 박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충북대 제공

‘농업=쌀농사’란 등식은 이미 현실과 맞지 않는다. 농촌과 농업의 모든 것이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변했다. 100만 종의 식물 중 극히 일부만이 신약 개발에 이용되고, 2011년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2.8%에 머물고 있으며, 기능성 식품 시장의 확대는 농업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농업분야에서 앞으로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를 알려주는 사례일 뿐이다. 급속히 팽창 중인 유기농시장의 예를 보자. 세계 유기농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의 유기농시장은 미국 식품시장 연평균 성장률 3%를 크게 넘어서는 10%로 2013년 전체 식품시장의 4%를 차지하고 있다(미국유기농농업협회 자료). 한국의 유기농시장도 2020년에는 전체 농산물 시장거래액의 약 20%인 7조4700억 원 수준으로 증가해 농업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

우선희 교수는 농업의 블루오션화를 위해서는 농업의 6차산업화를 주장한다. 6차 산업이란 농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 한 농업(1차 산업)과 식품·특산품의 제조·가공(2차 산업), 유통·판매, 환경·생태, 문화체험 관광 서비스(3차 산업)를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1X2X3=6에서 나왔다. 쉽게 말하자면 친환경 농산물을 길러(1차) 잘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2차) 이를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다면(3차) 6차 산업이 된다. 예전에는 이런 과정이 모두 따로따로 이뤄졌다. 우 교수는 “대학 교육도 6차산업화를 견인할 인재를 배출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충북대 농업생명환경과학대학 식품자원학과의 차별화는 바로 융복합 교육을 통한 6차산업 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6차산업화 커리큘럼은 학과가 중심이 된 ‘BT융합 농생명 6차산업화 인재양성 사업단’이 2014년 교육부 주관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단(CK-1)에 선정됨으로써 본격화됐다.

학과의 커리큘럼은 1, 2학년 때 전공기초와 전공선택 과목을 들은 후 3학년부터 전공심화와 특성화 트랙을 이수하고 4학년은 취업 맞춤형 교육을 받도록 짜여 있다. 특성화 융복합 커리큘럼은 크게 농생명산업, BT융합, 신산업분야로 구별되고 그 안에 세부 트랙 8개가 있다.

이 중 농생명산업은 기존의 농대 교육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트랙이고 BT융합 분야는 농생명 분야의 고도화를 유도하는 트랙으로 국내 농대 중 최초로 수의학과와 약학과가 참여해 시도하는 융복합 교육이다. 신산업 분야는 6차산업 활성화를 위한 융합교육 과정으로 ‘6차산업 코디네이터 트랙’ 등이 있다. 융합트랙은 3학년부터 참여 가능하며 참여 학생은 최소 6과목의 타 학과 전공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BT융합의 ‘농생명공학 트랙’에 참여 중인 김성동 씨(3학년)는 “식용작물 연구원을 꿈꾸는데 새로 도입된 특성화 트랙에서 식물자원을 이용한 신약 개발과 관련된 과목도 배우는 등 폭 넓은 교육을 받고 있다”며 “융복합 교육은 졸업생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성화 트랙의 또 다른 목표는 취업률을 올리는 것이다. 우선희 교수는 “충북은 바이오 기술(BT), 정보기술(IT), 그린기술(GT) 분야의 산업을 집중 육성 중이다. 관련 기업이 많을 뿐 아니라 오창 과학산업단지와 오송 첨단의료 복합산업단지 등 바이오 기술을 통한 농업 자원의 고부가가치를 실현할 인프라도 훌륭하다”며 “식물자원학과 학생들은 융복합 교육의 효과로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곳에 취업할 수 있고 농업에 종사해도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졸업생들의 주요 취업분야가 종전에는 농약회사, 종묘회사, 농림행정 쪽에 치우쳤다면 앞으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회사, 제약회사, 영농법인 등 농업과 관련 있는 모든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필리핀 바나우에 있는 계단식 논들. 이 논들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식물자원학과 학생들은 특성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방학 중 식량자원 개발을 위한 해외 연구소 견학을 하고 있다. 08학번 배영주씨가 지난 겨울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로 연수갔을 때 바나우를 방문해 찍은 사진이다. 충북대 제공
필리핀 바나우에 있는 계단식 논들. 이 논들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식물자원학과 학생들은 특성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방학 중 식량자원 개발을 위한 해외 연구소 견학을 하고 있다. 08학번 배영주씨가 지난 겨울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로 연수갔을 때 바나우를 방문해 찍은 사진이다. 충북대 제공

학과는 학교 인근의 식품, 종자, 농약, 육묘 회사들과 가족회사 관계를 맺고 산학협력을 통한 취업률 높이기에도 나서고 있다. 특성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난 겨울방학 때 인도 농우바이오 지사에서 2주간 인턴실습을 했던 박훈희 씨(4학년)는 “육종분야로 진출하고 싶은데 해외에서 열대 지방에 적합한 옥수수 교배 연구를 회사 연구원과 교수님과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현장실습에 바탕을 둔 인턴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장연계 학과목 비율은 현재 21%인데 특성화의 진행에 따라 더 늘릴 계획. 학과의 2012~2014년 평균 취업률은 73.7%로 좋은 편이지만, 특성화 교육의 수혜를 받은 학생들이 졸업하는 2016년 이후에는 80% 이상의 취업률을 기대하고 있다.

충북대가 생길 때 만들어진 식물자원학과는 농업생명환경대학 대부분 학과의 모태 역할을 하고 있다. 학과는 농대 학과 중 유일하게 식량자원에 관계된 작물들을 연구해 식량 자급률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6명의 교수진은 쌀, 보리, 콩, 옥수수, 메밀의 전문가들로 해당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종자개량은 최대 20년 이상이 필요한데 교수들은 묵묵히 연구에 몰두 중이다. 김흥식 교수는 콩 전문가로 기능성 물질이 많이 들어있고, 가공하기도 좋은 콩 종자 개발에 몇 년째 매달리고 있다. 우선희 교수는 식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하는 ‘단백질체학’ 전문가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SCI급 논문만 18편을 썼다. 소윤섭 교수는 옥수수 전문가로 상업화가 가능한 옥수수 200종류를 발굴했다.

학과에는 농장, 동물자원개발센터, 식물종합병원, 기후변화연구소, 농업과학기술교육센터 등 10여 개의 연구기관과 부속기관, 유전육종학, 재배학 실험실 등 6개의 실험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식량자원과 충북의 주요작물인 포도, 담배, 버섯 등을 집중 연구해 지역사회의 농업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정현진 씨(4학년)는 “다양한 연구소와 실험실에서 식량자원의 현재와 미래에 닥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농업의 6차산업화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며 학과가 가진 연구인프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식물자원학과는 2016년에 환경생명화학과와 통합해 식물자원환경화학학부로 출범할 예정인데 첨단화돼가는 농업의 흐름에 맞춘 교육을 실시해 6차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포석이다. 학과의 2014년 장학금 지급률은 61%. 전학기에 비해 성적이 가장 많이 오른 학생에게는 50만 원의 황소장학금을 지급한다.

식물자원환경화학부로 첫 선발하는 2106학년도 입시에서는 61명을 뽑는다. 수시에서 36명(학생부종합전형 8명, 학생부교과전형 28명), 정시에서 25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서류평가가 60%다. 2015학년도 식물자원학과 수시 일반전형의 내신 평균은 3.56등급으로 1학년 성적 20%(국,영,수,사,과), 2·3학년 성적 80%(국,영,수,과)를 반영했다. 정시에서는 가군에서만 18명을 선발했는데 내신 20%, 수능 80%를 반영했으며 수시와 동일하게 내신을 반영했다. 정시 합격자 내신 평균은 4.16등급이고 수능 평균은 4.01 등급. 수시 면접에서는 인성과 전공에 대한 지식을 본다. 교수들이 “식량문제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학생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걸 보면 면접도 당락을 가르는 변수다.

청주=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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