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을 다룬 10여 종의 책이 출간됐다. 특히 메디치 가문 특유의 혁신이나 창의성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조명한 책이 많다.
‘메디치 효과’(세종서적)는 메디치 가문의 힘이 ‘교차적 아이디어’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지식과 기술을 혼합해 창조와 혁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든다는 것. 책은 건축가 믹 피어스를 대표적인 메디치 효과의 사례로 꼽는다. 피어스가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수도 한가운데에 에어컨 없는 빌딩을 짓겠다고 선언했을 때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그는 생물학자와 만난 뒤 흰개미가 자신들의 집을 일정 온도로 유지시키는 법에 착안해 에어컨이 필요 없는 빌딩을 건축했다. 생물학과 건축학을 결합시킨 셈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21세기북스)은 메디치 가문 특유의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열린 자세에 주목한다. 메디치 가문의 경영 원칙은 단순하고 확고했다. 이들이 가장 중시한 것은 ‘시민의 지지’ 즉 마음, 인심을 사는 것이었다. 그들은 돈에만 연연하지 않았다. 저자 김상근 연세대 신학과 교수는 “메디치 가문은 인간성의 한 꼭짓점을 찍었던 시대의 정신을 보여준다”고 했다.
‘메디치 머니’(청림출판)는 메디치 가문을 인류 역사상 최강의 금융 권력으로 규정한다. 고리대금업까지 서슴지 않았던 그들이 어떻게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위대한 가문으로 알려지게 됐는지를 사업, 권력, 처세술, 인맥 등 다각도로 분석했다. 청림출판은 “메디치 가문은 록펠러나 로스차일드 가문처럼 독자들이 꾸준한 관심을 갖는 대상”이라며 “이들이 은행과 정부 등 당시 권력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들의 부를 축적해 가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문학동네)은 메디치 가문이 예술가들을 후원한 내막을 파헤친다. 당시 상인들은 사후의 안식을 위해 수도원 지하에 묻힌 수호성인들의 유골과 가까운 곳에 묻히길 바랐다. 이는 낡은 수도원을 예술가를 동원해 아름답게 꾸미려는 후원으로 이어진다. 당시 피렌체를 보석으로 만들었다는 평을 듣는 조토와 마사초, 프라 안젤리코, 보티첼리 등의 그림, 브루넬레스키와 도나텔로의 건축물에 담긴 시대정신도 생생히 전달한다.
이 밖에 1478년 메디치가를 겨냥한 파치 가문의 음모를 다룬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푸른역사), 메디치 가문의 딸로 프랑스 왕비가 된 카트린 드 메디치를 재조명한 ‘카트린 드 메디치’(들녘), 메디치 가문의 흥망성쇠를 그린 ‘메디치 스토리’(생각의나무) 등도 독자들의 호응을 얻어 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