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Go 남도]퐁피두·바비칸 센터처럼… 세계문화의 산실이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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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문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 문화예술의 창조플랫홈 역할을 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행사로 9월 4일부터 27일까지 세계적인 개관축제가 진행된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지난달 28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터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장. 봄 안개가 걷히면서 무등산(1187m)이 손에 잡힐 것처럼 가깝게 보였다. 드넓은 광장(9508m²)은 젊음의 열기로 가득했다. 10대 청소년과 20대 젊은이들이 보드를 타며 어울렸고 흥겨운 랩이 흘러나왔다.

 광장 뒤편에서는 5·18민주화운동 유적지인 옛 전남도청 별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분수대 옆에서는 동아리 문화아트박스 회원들이 좌판 10여 개를 놓고 공예품을 팔고 있었다. 강성원 문화아트박스 회장(29·여·사회복지사)은 “새로운 청년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며 “광장은 젊음을 발산하는 공간이자 광주의 문화충전소”라고 말했다. 문화전당은 7월 세계 젊은이 2만 명이 참여하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 전야제가 열린 뒤 임시 개관한다.

 9월 개관을 앞둔 문화전당은 아시아문화를 세계에 발산하는 ‘문화 용광로’이자,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꿈과 미래가 담겨 있다.



문화 발산하는 ‘빛의 숲’


주말인 지난달 28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장에서는 젊은이 100여 명이 보드 등을 타며 낭만을 즐겼고 한쪽에서는 공예품 판매행사가 열렸다.
주말인 지난달 28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장에서는 젊은이 100여 명이 보드 등을 타며 낭만을 즐겼고 한쪽에서는 공예품 판매행사가 열렸다.
 문화전당 건물 면적은 16만1237m²로 국립중앙박물관보다 1.2배 크다. 통로 길이만 7km에 달해 내부를 구경하지 않고 걷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린다. 문화전당 건물은 90% 이상이 지하에 감춰져 있고 옥상은 도심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도심공원은 느티나무와 돌담이 있고 바닥에 바위가 있는 평범한 풍경이다.

 도심공원 중간에는 가로 3m, 세로 2m 크기의 사각형 유리창이 76개가 있어 이채롭다. 채광창으로 불리는 유리창은 낮에는 햇빛을 지하의 문화전당에 비추고 밤에는 밝은 불빛을 세상에 전한다. 지하 20m 깊이의 정원 가운데에는 정원에 빛과 빗물을 내려보내는 커다란 원형 창 1개가 있다. 문화전당은 아파트 10층 높이에 해당하는 최고 지하 25m 깊이에 자리하고 있지만 빛의 통로인 채광창 덕분에 지상 건물의 실내 분위기를 연출한다.

 건축가 우규승 씨(74)는 문화전당을 ‘빛의 숲’이라는 주제로 설계했다. 우 씨는 3, 4일 시민들에게 문화전당 핵심 시설의 기능과 역할을 설명해주는 ‘빛을 향한 동행’이란 행사를 진행한다.

 개관을 6개월 정도 남겨둔 문화전당에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화전당에서는 3, 4일 세계적인 문화예술가와 전문가들이 모여 아시아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포럼을 갖는다. 포럼에는 근대 민족주의 연구 권위자인 베네딕트 앤더슨 미국 코넬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과학철학 권위자인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등이 참석한다.

세계 문화 창조자 ‘전당’

 21세기 문화는 보고 즐기는 수준을 넘어 산업을 이끄는 국부(國富)다. 세계 각국은 문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술관, 복합문화센터를 짓고 있다. 문화전당은 미술품, 문화재를 전시하는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다르다. 복합문화시설인 프랑스 퐁피두센터, 영국 바비칸센터, 홍콩에 건설 중인 서(西)주룽 문화지구, 싱가포르의 복합문화센터 에스플러네이드와 비슷하다.

도심공원에서 내려다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지하광장과 건물 모습.
도심공원에서 내려다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지하광장과 건물 모습.
 문화전당 5개원 가운데 한 곳인 ‘문화창조원’은 세계 문화 창조자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문화창조원은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을 융합한 콘텐츠를 만들고 전시, 판매한다. 판매 대상자는 개인이 아닌 기업이나 단체 등이다. 문화창조원이 제작하려는 것은 2000년대 BMW 자동차회사 광고에 쓰여 유튜브 1억 건 조회를 기록한 추(錘)들 물결을 그린 예술작품이 모델이다. 미묘한 예술과 과학기술이 숨어 있는 추 작품은 막대한 경제효과를 창출했다.

 문화창조원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창작·제작센터와 전시 복합관, 시민들이 제작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목진요 문화창조원 예술감독(47·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 교수)은 “예술과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콘텐츠 개발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정보원’은 문화 저장 창고다. 아시아의 유·무형 문화자원을 수집해 연구하며 전문가를 키우는 인큐베이터다. 수집된 문화자원은 컬처 아시아(온라인)와 라이브러리파크(도서관)를 통해 공개된다. ‘예술극장’은 무대와 객석 위치를 10개 형태로 변화시킬 수 있는 2000여 석 규모 대극장과 500여 석 규모 중극장 2개로 갖췄다. ‘민주평화교류원’은 5·18민주화운동 유적 6개 건물을 리모델링해 들어선다. ‘어린이문화원’은 어린이, 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세계 문화 이끌어야”

 3월 문화전당 운영을 위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지원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전당 조직이 신설되는 등 개관 운영 준비가 본격화됐다. 개정법은 문화전당을 문화체육관광부 기관으로 두고 5년 뒤 평가를 거쳐 법인·단체에 위탁 경영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문화전당 조직과 인원 등에 대해 논의 중이다. 하지만 돌발변수가 생겼다. 신생기관인 문화전당은 조직을 확정하려면 문체부 직제를 규정한 관련 법령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예상했던 4, 5월 문화전당 운영조직 확정이 더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체부 관계자는 “문화전당을 채울 콘텐츠는 오래전부터 준비된 만큼 예정된 9월 4일 정상개관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계에서는 문화전당이 광주가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창조자이자 세계 문화를 이끌 복합 문화센터인 만큼 개관 못지않게 역동적 운영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류재한 전남대 불문과 교수(56)는 “문화전당의 성공적 운영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흔적 생생한 옛 전남도청 터

문화전당 광장에 있는 옛 전남도청 파란 분수대.
문화전당 광장에 있는 옛 전남도청 파란 분수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옛 전남도청 터에 둥지를 틀었다. 문화전당에는 이곳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유적이 많다. 문화전당 5개 원 중 한 곳인 ‘민주평화교류원’은 5·18유적지인 도청 본관(등록문화재 16호), 상무관 등 6개 건물을 리모델링해 쓴다. 민주평화교류원은 ‘민주·인권·평화’의 보편적 가치를 아시아와 연대 교류 소통하는 공간이다.

 문화전당 광장에 있는 옛 전남도청 파란 분수대(615m²)는 5·18 당시 시민 수만 명이 참여한 민주대성회가 열렸던 곳이다. 분수대는 2010년 문화전당 건설 과정에서 일부 지반이 붕괴돼 물을 쏘아 올리지 못했다. 광주 동구는 문화전당 개관 이전까지 분수대를 개·보수해 다시 사용할 계획이다. 동구 관계자는 “1971년 준공된 분수대 안전 진단을 한 결과, C등급 판정을 받아 구조물 자체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광장 앞에는 5·18민주화운동의 희생과 아픔을 지켜봤던 시계탑이 있다. 1971년 제작된 시계탑은 무게 40t, 탑신 높이 9.2m에 지름 1m의 시계가 박혀 있다. 내부는 콘크리트, 외부는 대리석으로 돼 있다. 당시 신군부가 몰래 시계탑을 광주 서구 농성광장으로 옮겼던 것을 1월 제자리에 다시 설치했다.

 문화전당에서 518m 떨어진 곳에는 5·18민주화운동 각종 자료를 보관하는 기록관이 있다. 옛 광주가톨릭센터에 들어선 5·18기록관(연면적 5742m²)은 인류의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으로 평가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된 5·18기록물을 소장, 전시, 연구하는 유일한 공간이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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