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바다에도 봄이 왔다. 전남 여수 해안과 섬에는 그리움에 지쳐 빨갛게 물든 동백꽃이 지고 있다. 온갖 생명이 꿈틀되는 해안을 따라 걷는 것은 지친 심신을 추스르는 데 더 없이 좋은 일이다. 여수는 해안을 끼고 도는 트레킹 코스가 많다. 섬과 육지의 대표적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걸어 보자.
기암괴석 망망대해 이어진 비렁길
“무작정 떠난 여행인데 제대로 힐링 했네.”
여수시 남면 금오도 비렁길을 걸어 본 탐방객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금오도의 ‘오’ 자는 ‘자라 오(鰲)’다. 섬 생김새가 자라를 닮았기 때문이다. 면적이 27km², 해안선 길이가 64.5km로 여수에서 가장 큰 섬이다.
비렁길은 자라 모양 섬의 오른쪽 벼랑을 따라 형성된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걷는 18.5km 코스다. 비렁은 여수 사투리로 벼랑이란 뜻이다. 금오도는 사람이 들어와서 산 지 100년밖에 되지 않는다. 조선시대에는 나무 벌채를 금지한 봉산(封山)으로 사슴 목장이 있었다. 조선 말기인 1865년 대원군이 경복궁을 다시 지을 때 금오도 나무를 베어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금오도는 비렁길 못지않게 원시림이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비렁길 1코스(5km)는 자라의 오른쪽 뒷다리 부근에 해당하는 함구미 나루에서 시작된다. 함구미 바로 옆 미역널방은 바다 전망대다. 미역널방은 예전에 미역을 말리던 바위라서 해서 붙은 이름. 미역널방에서 이어지는 신선대에서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볼 수 있다.
2코스(3.5km)는 두포마을에서 시작해 바닷가 밑에 큰 굴이 있는 굴등 전망대와 촛대바위까지 이어진다.
탐방객이 가장 많은 3코스(3.5km)는 직포마을에서 출발해 갈바람 전망대와 확 트인 바다를 만날 수 있는 매봉 전망대로 연결된다. 이어 42m 협곡 구간을 흔들리듯 걷는 비렁다리를 만날 수 있다. 3코스는 울창한 숲이 우거진 데다 천혜의 비경이 많아 탐방객들이 붐빈다.
4코스(3.2km)는 학동마을 입구에서 사다리통 전망대와 온금통까지 이어진다. 5코스(3.3km)는 343m 높이 망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 옆 막포 전망대를 거쳐 장지마을까지 걷는 길이다. 장지마을 인근 안도대교는 안도라는 섬과 연결하는 다리. 안도는 어촌체험마을과 상산 트레킹 코스가 유명하다.
문화관광해설사 최점자 씨(55·여)는 “탐방객들이 봄바람을 맞으며 비렁 길을 걷다 보면 묵은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것 같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시민들 만든 남해안 명품 갯가길
여수 옛 도심과 돌산도를 따라 조성된 갯가길도 남해안 명품 길로 자리 잡았다. 시민단체인 (사)여수갯가는 3년 전부터 갯가길을 조성했다. 갯가는 바닷물이 들었다 빠졌다 하는 해안 가장자리를 말한다. 갯가길에는 언어적 의미보다 부모가 굴 홍합 미역 등을 따러 다니던 생태적 의미가 담겨 있다.
(사)여수갯가는 여수를 끼고 있는 해안선 420km를 탐방객이 바다, 갯벌, 숲 내음을 맡으며 걷는 ‘참살이 갯가길’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갯가길은 바다, 산을 동시에 접할 수 있고 갯벌과 숲길을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민들이 3년간 재능 기부를 통해 조성한 갯가길은 2개 코스(3개 길) 47km다. 앞으로 23개 코스 373km를 갯가길로 꾸밀 계획이다.
갯가길 시작인 1-1코스는 밤바다가 아름다운 여수 구도심 7km 구간이다. 1-2코스는 여수시 돌산읍 돌산공원에서 무슬목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안 23km 구간이다.
갯가길 2코스는 무슬목 해수욕장에서 계동마을, 두문포, 방죽포 해수욕장까지 연결되는 17km 구간이다. 2코스에서는 이국적 풍광을 자아내는 흰색 무인 등대인 계동등대와 수백 명이 함께 쉴 수 있는 넓은 바위, 울창한 숲길과 2km에 달하는 벼랑을 따라 걸으며 절경을 볼 수 있다.
이달 개통될 예정인 갯가길 3코스는 방죽포 해수욕장에서 향일암까지 8km 구간이다. 김경호 여수갯가 이사장은 “갯가길은 자연을 그대로 놔둔 거칠고 투박한 형태의 친환경 길”이라며 “탐방객들 안전을 위해 친환경 매트나 로프를 설치하는 등 인공적 요소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여수갯가길 정보는 홈페이지(www.getga.org) 또는 여수시 관광정보 홈페이지(www.ystou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발 아래 반짝이는 여수 밤바다… 연인들 데이트 코스로 딱!▼ 해상케이블카
봄바람이 부는 여수 밤바다에 서면 살가운 해풍처럼 상쾌하다. 여수 밤바다 하늘에는 해상케이블카 캐빈이 달을 벗 삼아 오르내린다. 돌산대교와 제2돌산(거북선)대교 사이 항구에서는 알록달록한 조명 빛이 낭만을 선사한다. 구도심과 해안을 따라 걷는 7km 거리는 여수밤바다의 진수다.
여수 구도심은 갈매기가 날고 어부가 그물을 손질하는 어촌 풍경이 남아 있다.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여수 밤바다’가 흘러나오는 카페가 있고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도 즐비하다. 여수 밤바다의 백미 해상케이블카
“황홀한 야경이 너무 멋지네요.”
지난달 30일 여수해상케이블카를 탄 김모 씨(27·여)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김 씨는 여수 구도심을 따라 형성된 항구와 도심 그리고 돌산공원 조명 불빛에 금세 빠져들었다. 멀리 오동도와 여수엑스포장의 불빛도 아른거렸다. 해상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야경은 이탈리아 나폴리 같은 외국 항구에 온 듯한 착각을 들게 했다. 여수를 찾는 관광객들은 여수 밤바다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해상케이블카라고 입을 모은다.
해상케이블카는 여수항 돌산대교와 제2돌산대교 사이 수심 15m 푸른 바다를 가로지른다. 오동도 입구 자산공원에서 바다 건너편 돌산공원까지 1.5km를 오간다. 해상케이블카 최고 높이는 98m. 바다 위를 떠가듯 지나는 구간은 650m다. 해상케이블카는 아시아에서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로, 여수만의 독특한 풍광을 만날 수 있다.
해상케이블카를 낮에 타면 또 다른 장관을 볼 수 있다. 해상케이블카가 최고 지점에 올라갔을 때 남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수 건너편에 있는 경남 남해군의 풍광도 볼 수 있다. 가슴이 확 터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해상케이블카 캐빈은 총 50대로 두 가지 형태다. 빨간·파란색으로 칠해진 것은 일반 캐빈이다. 은색으로 칠해진 크리스털 캐빈은 바닥이 투명한 유리로 돼 있어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하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수려한 바다 풍경과 손바닥 크기만 한 어선들을 보는 짜릿함이 있다.
해상케이블카는 초속 2∼3m로 이동해 10여 분이면 건너편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다. 운행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요금은 일반 캐빈(성인 왕복 기준) 1만3000원, 크리스털 캐빈은 2만 원이다.
김광중 여수시 관광과장은 “지난해 12월 해상케이블카가 운영된 후 관광객이 50% 이상 늘었다”며 “여수의 명물로 소문이 나면서 휴일에는 호텔, 콘도가 만실이고 구도심 음식점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낭만과 역사가 공존하는 여수항
봄바람을 맞으며 하멜등대, 선창가, 낚시꾼들이 어우러진 여수항 구도심을 걷다 보면 여수 밤바다 노래가 절로 나온다.
여수시 덕충동 중앙동 고소동 대교동 돌산읍 등 여수항을 따라 도는 구도심에서는 5월부터 9월까지 다채로운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야경이 매력적인 구도심 해안도로를 따라 ‘자연에 문화를 입히다’를 주제로 무려 2000여 차례나 열린다. 음악, 마임, 댄스, 마술, 저글링 등 추억과 낭만의 무대를 선사한다.
여수 구도심은 밤바다 못지않게 역사 체험장으로 제격이다. 조선수군 해군사령부 격인 전라좌수영 건물인 진남관(국보 304호)과 거북선을 진수한 것으로 알려진 종포해양공원이 있다. 고소동 언덕 위에는 이순신 장군이 작전계획을 세우고 명령을 내린 고소대(姑蘇臺)가 있다. 고소대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전적을 기린 좌수영대첩비(보물 제571호)와 장군의 덕을 추모하는 타루비(보물 제1288호)를 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혼이 서린 유적이 많아 구도심은 현장 체험학습을 오는 학생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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