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특수교육과 특수교육을 구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수교육 앞에 붙은 유아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윤태 우석대 유아특수교육과 교수가 말하는 아래의 3가지 사례는 왜 유아특수교육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사례 1 서울 서초구에 사는 C 양은 쌍둥이로 태어났다. 정상체중의 쌍둥이 오빠와는 달리 C 양은 인지발달지체 문제가 있어 오빠와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 C 양의 인지발달지체는 신경생물학적 손상이 아닌 영유아기의 많은 부분을 병원에서 보냈던 C 양의 환경적 특수성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례 2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의사 A 씨의 외아들 B 군은 4세임에도 중학생 수준의 책을 읽고 상당한 양의 영어단어를 암기했으며 뛰어난 수계산 능력을 보였다. 아이의 영재성을 확신한 부모는 영재판별을 의뢰했으나 언어 및 인지발달지체에 의한 정서부족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B 군이 또래에 비해 부분적으로 높은 인지능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B 군은 공부에 대한 압박 때문에 심각한 스트레스와 우울 상태에 빠져있으며 이러한 문제가 타인과의 정서 및 사회적 교감, 의사소통에까지 문제를 일으켰다.
#사례 3 전북 장수군에 살고 있는 E 양은 다문화가정 어린이다. 어머니는 필리핀에서 시집을 왔고 아버지는 원양어선을 타러 나가 평소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다. 만 4세인 E 양은 겉보기엔 또래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친구들과의 작은 갈등에도 공격적인 행동으로 대처를 했고 수업시간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유치원 선생님이 여러 차례 어머니와 상담을 했으나 아주 기본적인 한국말밖에 할 수 없는 어머니는 상담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만약 E 양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학습부진아 및 문제아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위의 사례들은 유아특수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유아특수교육은 만 0세~만 5세 사이의 아동 중 확정된 장애(다운증후군, 뇌성마비 등)뿐 아니라 환경적, 또는 생물학적 위험군 영유아를 조기 선별해 조기 정상화와 2차 장애 예방을 목표로 한다. 김윤태 교수는 “영유아기는 인간의 전(全) 생애 발달의 기초를 다지는 시기이며, 이 시기에 아이들은 학습(환경에 대한 적응행동 및 학업)을 위한 뇌, 신체, 정서적 기반을 다져나가므로 C 양과 같은 환경적 배제, B 군과 같은 잘못된 과잉자극, E 양과 같은 제한된 환경적 자극 모두가 영유아 발달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모든 발달은 안정적 정서를 기반으로 균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학과 이혜숙 교수는 “한국적 특수상황 때문에 유아특수교육에 대한 인식 확산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문화,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북한이탈주민 가정, 저소득 가정의 증가 속에 방치되는 영유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이 교수가 말하는 한국적 특수상황이다. 그는 “확정된 장애가 아닌, 환경적 생물학적 문제로 발달지연을 보일 경우 조기선별과 조기중재를 통해 100% 가까이 정상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환경적, 생물학적 위험군 영유아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적 치료 혜택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 김윤태 교수는 “일부 지역에서는 전체 영유아의 30~40%가 발달지연을 보이는 곳도 있다. 이들에 대한 조기선별과 조기중재가 이뤄지지 않아 환경 부적응자로 성장한다면 결국 사회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며 유아특수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우석대 유아특수교육과는 전국의 4년제 유아특수교육과로는 최초로 1996년 문을 열고 유아특수교육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다. 우석대 유아특수교육과의 강점은 현장과 밀접히 연계된 살아있는 교육을 통해 장애위험군 영유아들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는 점. 2014년 교육부 주관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단(CK-1)에 유아특수교육과, 아동복지학과, 심리학과로 구성된 ‘차세대 휴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회환경 취약 영유아 지원 전문인력 양성 사업단’이 선정됨에 따라 학과의 현장중심 교육은 그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게 됐다.
학과는 해마다 지원받는 특성화 지원금 3억 원을 국내외 현장실습과 정규교육과정에서 부족한 전문성 개발에 마중물로 사용해 우수한 유아특수교육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2014년 11월 태국 랑싯지역에서 펼쳤던 태국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발달검사와 올 2월 ‘재능기부 행복 나눔 국토순례’가 그것. 두 행사에 참여했던 소엘리 씨(4학년)는 “태국의 어머니들이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아이가 장애아로 자랐을 텐데 발견해 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흘렸다”며 “내가 공부했던 것들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유아특수교육학과의 커리큘럼은 철저하게 현장중심이다. 05학번 졸업생으로 일본 쓰쿠바 대에서 ‘특별지원교육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김소정 씨는 “쓰쿠바대는 일본에서 특수교육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지만 우석대학교의 커리큘럼보다 현장 적응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우석대 유아특수교육과의 교육이 현장에서 더 통한다는 얘기다.
2007년 2학기부터 계속되고 있는 현장실습에 이 학과의 모든 것이 녹아있다. 현장실습을 통해 그간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을 적용하고 이때의 경험이 유아특수교육 전문가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현장실습은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비교과 활동이지만 학과의 내규를 통해 1년간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을 못하는 교육과정의 일부로 운영된다. 현장실습은 1년간 매주 금요일 오전 5시 학교를 떠나 서울과 경기지역의 특수학교에서 실습을 한 후 오후 8시 학교로 돌아오는 하드트레이닝. 학생들에게 현장실습은 너무 힘들어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혹독한 훈련 덕에 유아특수교육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매우 유용하다고 한다. 4학년 안민진 씨는 “서울 대영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장애 아이들의 문제 행동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고 배웠다. 특히 팔 다리를 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무용과 체육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도 볼 수 있었다. 이 경험 덕에 올해 교생실습을 나가는데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학과의 많은 수업에는 대학원에 재학 중인 30여 명의 석박사 연구원이 참여해 그들이 가진 학문적 지식과 풍부한 현장 경험을 전해주고 있는 것도 이 학과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교수진 5명의 다양한 전공과 그들이 운영하는 연구소들은 모든 교과 과정과 연계돼 있어 전공전문성을 깊게 하고 진로선택의 폭을 넓히는 촉매제로 작용 중이다. 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예송 씨(3학년)는 “유아특수교육과에 들어와서 공부와 스펙을 통해 교사가 되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진로도 있음을 알았다. 김윤태 교수님의 ‘장애아동도 교육의 대상이며 이들도 원하는 환경에서 공부할 권리가 있다’는 말씀에 공감한다. 장애인 인권을 위해 일하고 싶다”며 장애인권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소개했다. 독일에서 공부한 김윤태 교수는 심리운동과 장애인 인권에 힘을 쏟으며 ‘우석대 인지과학연구소’ ‘한국심리운동연구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09년에 설립된 대학부설 ‘아동발달지원센터’도 이 학과의 자랑거리. 취약계층 아동들을 대상으로 발달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센터에서는 SIT(Self-Imagery Training Program· 심상훈련프로그램)를 이용해 발달지연 영유아들을 조기정상화하는 일을 한다. SIT란 환경적·생물학적 위험군 유아들의 뇌를 정상화시키는데 필요한 각종 카드와 그림책들로 정교하게 구성된 중재용 도구. 현재 특허 출원 중이다. 구효진 교수는 “SIT는 아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뇌를 자극하는 장점이 있어 영재개발 도구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중국에서도 SIT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SIT를 이용한 중재와 SIT 판매 및 각종 진단검사를 통해 지금까지 32억7000만 원의 수익과 68명의 관련기관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했다. 또 2013년 기준 정규직 연구원 23명을 고용해 수준 높은 아동발달지원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센터는 특성화 사업단과의 협업을 통해 특성화 트랙 이수자들이 ‘영유아 발달지도사’ ‘영유아 심상발달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학과의 2014년 취업률은 67.7%로 졸업생들은 국공립 특수학교 유치원 및 어린이집, 사립 유아특수학교 및 보육기관, 특수교육 관련 센터(특수교육지원센터, 아동발달지원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 주로 취업을 한다. 졸업생들은 취업시장에서 “가장 현장에 맞는 인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해마다 졸업시즌이 되면 전국 각지의 영유아 관련 시설에서 학생들을 보내달라는 요구가 쇄도하는데 월 180만 원 이하를 제시하는 곳은 교수들이 아예 접수조차 하지 않는다고.
학과 졸업생의 특수교사임용고시 합격자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98명. 61명을 선발하는 올해 임용고시에서도 28%인 17명의 합격자를 배출해 전국 최다 임용기록을 세웠다. 취재에 동행한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최진석 교사(전주 호남제일고)는 “입학성적이 상위권부터 중하위권까지 넓게 분포돼있는 학생들을 교육시켜 이런 성과를 냈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과의 장학금 수혜율은 94.6%로 평균액수는 연간 411만 원. 학과는 올해부터 동문 50명이 참여하는 동문장학금을 신설해 12명에게 100만 원씩 지급할 예정이고 특성화 자금 중 해마다 2500만 원을 장학금으로 투입한다.
학과의 2015학년도 모집인원은 38명으로 수시에서 28명, 정시에서 10명을 선발했다. 수시 선발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13명, 학생부일반전형으로 12명, 정원외의 특수교육대상자로 3명을 뽑았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면접에서는 배려심과 창의성을 보는데 유아특수교육의 특성상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수시모집자의 성적은 3~5등급. 정시에서는 수능 4개영역 중 성적이 좋은 3개영역을 반영하는데 합격자 평균은 4등급이었다. 학과는 수시모집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과 적응도가 뛰어나 수시모집 비율을 80%까지 늘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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