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극인들에게 2015년은 ‘상실의 시대’다. 한국 연극 대중화의 씨앗이 된 70∼150석 규모의 서울 대학로 소극장들이 줄줄이 폐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6일 28년간 대학로를 지켜온 ‘대학로극장’이 폐관한 데 이어 40년 역사의 삼일로창고극장도 내년에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이에 앞서 1월에는 ‘품바’로 유명한 상상아트홀(1990년 개관)과 김동수 플레이하우스(2000년)가 폐관했다.
대학로 소극장의 도미노식 폐관 위기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 배우세상소극장(2006년)이 폐관 위기를 겪다 주인이 바뀌었고, ‘아침이슬’의 작곡가로 유명한 김민기 대표의 ‘학전그린소극장’(1996년)도 2013년 문을 닫았다.
연극인들은 2004년 서울시가 연극 활성화 차원에서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결정한 것이 외려 독이 됐다고 말한다. 서울시의 문화지구 지정 이후 2004년 57개이던 극장은 지난해 말 146개로 급증했다. 홍익대, 동덕여대, 상명대 등 대학 공연장과 CJ, 롯데, 대명 등 기업들의 극장이 들어선 것. 한정된 공간에 극장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임차료는 치솟았고, 자본력이 달리는 소극장들은 도태되기 시작했다.
‘좋은 연극 만들어 관객을 많이 불러오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연극인들은 “이 바닥 물정을 모르는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임차료와 제작비 상승으로 100석 남짓한 소극장에 관객이 매일 가득 차도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좋은 연극을 만들 여건이 안 돼 ‘작품성 저하→관객 이탈’이라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셈이다.
대학로에서 소극장을 운영하기가 점차 어려워지자 일부 연극인은 대학로 외곽인 혜화동과 명륜동, 삼선동, 동선동, 성북동 등에 ‘오프 대학로’를 일구며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실험연극으로 젊은 관객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혜화동 1번지’와 ‘선돌극장’ ‘게릴라극장’이 대표적인 오프 대학로 소극장이다.
그러나 연극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문화지구처럼 탁상공론식 정책이 아니라 ‘될 성 부른 떡잎’을 키워주는 제작 지원 등 실질적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학로 소극장 폐관 사태를 보며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문화 융성이란 창작자와 정부가 서로 손뼉을 제대로 마주쳐야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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