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2일 일요일 흐림.
상처/치유 #153 Björk ‘Lionsong’(2015년)
팝 역사의 괴수대백과사전을 저술하자면 아이슬란드 싱어송라이터 비외르크(뷔욕·50) 앞에 별 다섯 개쯤 붙이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그는 외계 요정 같다. 레이디 가가, 데이비드 보위, 메릴린 맨슨의 기이한 콘셉트가 작위적이고, 여성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깜찍한 의상에 비현실적인 미소를 지으며 요정을 연기한다면 비외르크가 사는 차원은 좀 다르다.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 구별하기 힘든 오묘한 얼굴과 서양인 치곤 작은 키(163cm). 죽어가는 참새처럼 사각대다 문득 죽음을 앞둔 백조처럼 고음을 질러대는 절창. 파괴된 지구 환경을 바라보거나 인간과 맹목적 사랑에 실패해 상처 입은 항성인 같은 가사를 그는 노래한다. 미셸 공드리, 크리스 커닝엄 같은 혁신가와 합작한 뮤직비디오도 늘 파격이었다.
무엇보다 기계인간들처럼 철컹대며 다가오는 전자음을 피하듯 마디와 마디 사이의 경계를 무시하듯 타고 넘는 비외르크 가창의 묘한 리듬은 독보적이다. 거기에 3과 4와 5, 7과 10을 마구 섞는 고약한 변박의 악곡까지 덧댄 전작 ‘바이오필리어’는 그의 독특한 후기 음반들 중에서도 튈 정도로 난해한 작품이었다. ‘바이오필리어’는 세계 최초의 인터랙티브형 애플리케이션 앨범. 하필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던 날 발매돼 더 화제를 모은 이 앱 음반은 지난해 뉴욕현대미술관의 영구 소장품이 됐다. 이 미술관이 앱을 영구 소장 목록에 넣은 것은 처음이다.
비외르크가 최근 4년 만에 정규앨범 ‘불니쿠라’(9집)를 냈다. 표지부터 비외르크답다. 비외르크는 이번에 여자 성기 모양으로 길고 깊게 팬 상처를 가슴에 지니고 상체와 머리에 민들레 홀씨 같은 수술 장식을 촘촘히 꽂은 모습으로 분장했다. 라틴어 ‘vulnus’(상처)와 ‘cura’(돌봄)를 붙여 만든 앨범 제목에 걸맞은 작품이다. 오랜 연인인 미국 예술가 매슈 바니와의 결별 이후 감정을 부어 만든 ‘이별 앨범’이다.
앨범 중반부 ‘블랙 레이크’ ‘패밀리’로 이어지는 18분은 신작의 압권이다. 처연한 현악이 짜놓은 섬세한 감성의 직물을 가차 없이 찢고 들어와 공생하는 낮고 충동적인 전자음들. 비외르크는 연인과 이별한 뒤 신작을 위한 15인조 현악 편곡에 매달리며 아픔을 잊을 수 있었다고 했다. ‘패밀리’에서 비외르크는 노래한다. ‘머리 주변을 맴도는 소리가 우리의 고통을 덜어줄 거예요… 우리로 하여금 해답을 지닌 우주의 일부가 되게 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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