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Travel]‘위·촉·오’ 삼국의 흥망성쇠를 더듬어보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진시황(기원전 259∼기원전 210년)이 유독 많은 이에게 기억되는 건 전국시대 칠웅(七雄·한 위 조 제 연 진 초)을 멸하고 기원전 221년에 중국대륙 최초의 통일왕국 진(秦)을 세운 위업 덕분이다. 그는 중국 최초의 황제가 됐기에 시황(始皇)으로 불린다. 하지만 11년 후엔 그도 죽고 이후 중국은 장기판의 기원이 된 소설 ‘초한지(楚漢志)’의 형국으로 치닫는다. 그 스토리는 이렇다.

진나라 말기(기원전 206년)에 초(楚)의 귀족 항우(기원전 232∼기원전 202년)는 유방(기원전 247∼기원전 195년)의 힘을 빌려 진을 타도한다. 하지만 항우가 그런 유방의 공을 무시하고 한중(漢中)왕에 봉하자 유방은 좌천당한 데 불만을 품고 항우와 5년간의 사투에 돌입한다. 결과는 항우의 항복(기원전 202년). 그래서 유방에 의해 새 세상이 열리는데 그게 한(漢)나라이고, 현재 중국의 다수민족을 차지하는 한족의 기원이다.

그러면 그즈음 한반도와 주변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당시는 고조선시대(기원전 2333∼기원전 108년)로 그 마지막 왕조는 연나라의 위만이 한왕(韓王)을 자처하며 세운 위만 조선(기원전 194∼기원전 108년). 고조선은 한나라가 위만 조선을 공격해(기원전 108년) 그 자리에 한사군(기원전 108∼314년)을 설치하면서 사라진다.

이 시기엔 서유럽도 중국대륙처럼 혼란스러웠다. 카르타고와 마케도니아, 그리스 등 지중해의 맹주가 모두 로마에 패망하거나 속주로 귀속됐다(146년·이후 괄호 안 연대는 모두 서기). 영화 ‘글래디에이터’도 이즈음의 역사를 소재로 한다. 로마의 코모두스 황제(161∼192년)는 실제로 이때 한 무명의 검투사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후 로마제국은 군인황제시대(193∼284년)와 기독교 대박해시대(250∼304년)로 이어졌다.

유방의 한나라는 이후 전한 후한 등으로 이어지는데 서기 184년 황건적의 난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게 조조(155∼220)의 위나라, 유비(161∼223)의 촉나라, 손권(182∼252)의 오나라로 갈라져 삼국시대를 낳는다. 그 새로운 역사무대의 서두는 동탁이 헌제를 한나라 왕에 앉히고 막후권력을 장악하는 것. 이로 인해 전국각지에서 군웅이 할거했고 결국 한나라는 쪼개진다. 그 기회를 가장 먼저 포착한 건 조조다. 그의 등장은 ‘치세지능신 난세지간웅(治世之能臣 亂世之奸雄)’이란 평가 그대로다. 동탁이 여포에게 암살(192년)당하자 조조는 헌제 옹립(196년)의 기치를 내걸고는 군사를 일으켜 그 빈자리를 꿰찬다. 그러고는 스스로 황제를 칭한 군벌 원소를 쳐 화북(황허강 북쪽)과 화중(황허와 창장강 두 강 사이)지방을 차지한다. 삼국 중에 가장 강력한 위나라(220∼265)의 건국기반은 이렇게 마련됐다.

이런 조조에 반기를 든 한나라의 끈 떨어진 왕족이 있었으니 그가 유비다. 이미 황건적의 난(184년) 때 관우 장비와 더불어 민병 500명으로 토벌에 나섰던 만큼 빈약하긴 해도 지방 군벌 형세를 갖추고 있었다. 유비는 조조가 원소를 치자(199년) 그 조조군을 공격하는데 201년에는 반격에 밀려 형주로 도주해 재기를 노린다. 반면 손책(175∼200·오나라를 세운 손권의 형)은 조조를 도와 원술을 축출하고 그 공으로 오후(吳侯)에 임명된다. 이게 손권이 창장(양쯔)강 남쪽에 세운 오나라의 건국기반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해서 3세기에 중국대륙은 한나라의 황제를 등에 업고 창장강 이북의 중원을 장악한 위의 조조, 창장강 유역 서쪽(쓰촨 후베이 성)에서 제갈공명의 신출귀몰한 전략을 무기로 천하통일을 꿈꾸던 촉의 유비, 창장강 남쪽에서 호시탐탐 중원진출을 노리는 오의 손권, 이렇게 세 영웅이 각축을 벌인다. 이 삼각구도가 지속된 기간은 조조가 헌제를 옹립한 196년부터 위가 진(晉)에 멸망한 265년까지 69년. 하지만 세 영웅의 긴박한 용호상박 드라마는 223년 유비가 죽을 때까지 단 27년간뿐이었다.

한편 당시 한반도는 고구려와 대방군(한사군 중 하나)을 지배하던 위와의 전쟁으로 점철됐다. 고구려가 위를 공격하자(242년) 위는 반격을 통해 고구려의 환도성(중국 지린 성 지안 현)을 함락시킨다(244년). 그 위를 고구려가 대파하고(259년) 재공격하는데(286년) 그 결과 313년 낙랑군(진나라 지배)까지 몰아내며 한반도와 요동반도에서 한사군 시대를 끝낸다.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