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의 초인, 충무공한테 덤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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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 흥행 돌풍 어디까지

슈퍼히어로들의 힘이 성웅 이순신 장군에 비해 크게 달린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개봉 첫날 62만 명의 관객을 모아 ‘명량’(아래 사진)의 68만 명에 근접했지만 이후 명량의 기록과 점점 격차를 보이며 뒤처지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슈퍼히어로들의 힘이 성웅 이순신 장군에 비해 크게 달린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개봉 첫날 62만 명의 관객을 모아 ‘명량’(아래 사진)의 68만 명에 근접했지만 이후 명량의 기록과 점점 격차를 보이며 뒤처지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23일 선보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 7일 만에 400만 명을 돌파했다. 일단 승승장구하는 분위기다. 개봉 전에는 1000만 클럽 가입은 기정사실이고 심지어 지난해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명량’(약 1761만 명)을 넘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개봉 후 CGV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그렇지 않다’. 누적 관객수는 물론이고 좌석점유율에서 명량에 훨씬 뒤진다.

○ 초인 8명의 공습? 장군에겐 12척이…

아무리 초인들이라도 성웅은 버거운 걸까. 어벤져스는 개봉 첫날에는 62만 명을 모아 명량이 개봉 당일(지난해 7월 30일) 세운 개봉일 최다 관객 기록 68만 명에 근접했다. 하지만 첫 주말 누적 관객 수는 344만 명에 그쳐 명량의 476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

두 영화의 격차는 개봉 2주 차에 더 벌어지고 있다. 명량은 평일인 월요일(8월 4일)에도 99만 명이 들면서 전날인 일요일(약 126만 명)에 비해 22%가량 줄었다. 반면 어벤져스는 월요일(27일) 29만여 명에 그쳐 전날(약 101만 명)보다 70% 이상 빠졌다. 한 영화제작자는 “명량은 가장 관객이 많은 여름방학기간 성수기에 개봉돼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넘어섰는데, 그 기세를 지금 어벤져스에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좌석점유율도 차이를 보인다. 명량은 최고 87.9%(지난해 8월 2일)를 정점으로 개봉 3주 차까지도 60%를 넘나드는 괴력을 보였다. 허나 어벤져스는 개봉주 주말인 25일(63.7%)에만 60%를 넘겼고 27일 18.3%, 28일 16.2%로 추락했다. 이 추세라면 ‘명량’은 이미 멀어졌고 역대 외화 1위인 ‘아바타’(1330만 명)를 넘어설 것인지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입소문과 SNS 반응은 긍정적, 관건은 황금연휴

영화 흥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입소문이다. 영화를 본 관객의 평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타고 순식간에 퍼진다. 27일 CGV가 어벤져스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 564명에게 받은 소감은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스토리 전개와 액션이 뛰어나다”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마블 팬이라면 꼭 봐야 한다”라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개봉 전 1개월 동안 살펴본 ‘바이럴 키워드’(SNS에 등장하는 영화 관련어)도 긍정적이다. 어벤져스는 ‘개봉’(9168개)이 1위를 차지했고 ‘좋다’(6291개·2위) ‘기대하다’(5693개·3위) 등 긍정적 키워드가 뒤를 이었다. ‘한국’(2960개)은 12위로 예상보다 큰 흥행변수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000만 영화에 등극한 ‘국제시장’도 ‘좋다’ ‘아버지’, 명량 역시 ‘이순신’ ‘좋다’ 등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배급사는 다음 달 1∼5일 연휴에 기대를 걸고 있다. 5일 동안 중장년층이 자녀들과 함께 얼마나 보러 오느냐에 따라 어벤져스의 운명도 갈릴것으로 전망된다. CGV 관계자는 “이번 주 평일은 학교 중간고사여서 부진했다고 본다”며 “결국 중장년층이 얼마나 받쳐주느냐로 판가름날 것 같다”고 말했다.

흥행과 별개로 어벤져스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다시 불붙였다. 25일 어벤져스 상영횟수는 전국 1만 회를 넘기며 상영점유율이 68.2%에 이르렀다. 명량은 1일 최다 관객 기록(약 126만 명)을 세웠던 지난해 8월 2일도 52.1%였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의 한 영화관은 28일 전체 상영횟수 25회 가운데 19회(76%)가 어벤져스였다. 그나마 다른 작품은 오전 9시나 오후 11시 이후였다. SNS에선 “초인들이 지구는 몰라도 한국 극장은 확실히 점령했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오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어벤져스#명량#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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