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태생 칼릴 지브란(1883∼1931)은 미국서 활동했던 작가 겸 화가다. 그가 1923년 펴낸 ‘예언자’는 사랑 일 우정 등 26가지 화두를 다룬 산문시집이다. 7080세대의 젊은 시절 책꽂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세계적으로 어림잡아 1억 부 넘게 팔렸다고 하니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예언자’가 애니메이션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라이온 킹’의 로저 앨러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 만화영화는 올해 8월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시사회에 라틴계 할리우드 스타 샐마 하이엑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레바논 출신 할아버지를 통해 책을 접한 뒤 감동받은 하이엑은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면서 리엄 니슨과 함께 목소리 더빙을 맡았다. ‘구치’ 등을 소유한 프랑스 억만장자 집안의 2세와 결혼한 그는 7세 딸을 위해 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고 한다.
▷황금연휴로 막 오른 5월 가정의 달, 삶의 보편적 질문에 대한 가르침이 담긴 ‘예언자’에서 아이들에 관한 대목을 발견했다.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육신의 거처를 줄 수는 있으나 영혼의 거처를 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영혼은 그대가 찾아갈 수 없는, 꿈속에서도 가볼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는 아이들처럼 되려고 애쓰되, 아이들을 그대처럼 만들려고 애쓰지 말라.’ 자식을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요즘 부모들이 되새겨야 할 지혜다.
▷결혼 생활을 위한 조언도 유익하다. ‘서로의 잔을 넘치게 하되 한쪽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가 자기의 빵을 주되 한쪽 것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즐기되 그대들 각자가 따로 있게 하라. 비록 같은 음악을 울릴지라도 기타 줄이 따로 있듯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들에겐 줄줄이 이어지는 기념일이 반갑지만은 않다. 선물과 외식 같은 소비 지향적 이벤트로 변질된 탓이다. 상대를 소유나 집착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아낌없는 사랑, 5월에는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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