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2층 전시장의 대형 옹기 설치미술 작품. 옹기 사이 원구 형태의 영상 스크린에 콩의 발효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보인다. 한식의 건강성을 뜻하는 상징물이다. 밀라노=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1일 오전 10시 개막한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 현장. 밀라노 도심은 격렬한 엑스포 반대 시위 탓인지 다소 어수선했다. 총 면적 110만 m²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길이 1.7km, 폭 30m의 도로 양쪽에는 145개국의 국가관이 설치돼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주제는 ‘지구 식량공급, 생명의 에너지’. 이에 맞춰 각국은 자존심을 걸고 다양한 디자인의 국가관을 선보였다. 문을 연 한중일 3국의 국가관을 비교해봤다.
○ 세련됐지만 ‘군침’ 안 도는 한국관
한국관은 엑스포 현장 초입에 세워졌다. ‘달항아리’ 백자를 형상화한 한국관 외형에 대해 한 이탈리아인 관람객은 “개방형으로 건축된 다른 관과 달리 우주선 같고 사이버틱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한국임을 알 수 있는 연관 이미지가 없어 어느 나라 국가관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2층 전시실은 비만과 기아 등 세계인의 고민을 담은 설치미술에서 시작해 대안으로서의 한식을 설명하는 동선으로 짜여 있었다. 두 개의 로봇 팔에 각각 달린 스크린 속에 한식 재료를 소개하는 영상물, 365개의 옹기 위에 사계절 영상이 보이면서 김치, 된장 등이 완성되는 미디어아트는 호응을 얻었다. 전시 총 기획인 차은택 예술감독은 “발효로 상징화되는 한식의 건강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발효와 숙성을 바탕으로 한 ‘장(醬)’ 문화로 ‘한식이 건강에 좋다’는 메시지를 각인시킨 점은 좋았지만 이런 재료를 활용한 구체적인 음식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다.
1층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사업자 ‘CJ푸드빌’이 운영, 관리하는 한식 체험용 식당이 마련됐다. 하지만 CJ 외식 브랜드인 ‘비비고’ 상표와 상품이 곳곳에 배치된 탓에 국가관의 일부라기보다는 특정 기업 홍보관 같았다.
개막식에 참석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문체부로 주무부처가 변경되면서 준비 시간이 부족해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며 “개막 후에도 전시를 보완하겠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 고급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슈퍼 벼를 발광다이오드(LED)로 표현한 중국관 전시물(위 사진). 일본관에는 사계절과 벼농사를 상징하는 전시물이 설치됐다. 밀라노=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전시와 홍보가 조화로운 일본관
일본관도 일식 문화를 전시 주제로 삼았다. 한중일 3국 중 전시와 홍보가 가장 잘 조화를 이뤘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바닥에 연꽃처럼 보이는 조형물이 촘촘히 설치됐고 이를 헤치고 걸어가면 주변에서 빛이 났다. 일본관 관계자는 “쌀농사와 사계절을 예술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래의 식당(future restaurant)’은 인상적인 전시였다. 관람객이 앉은 식탁 속 스크린에서 수많은 일본 음식이 실물 크기로 소개되면 관람객이 젓가락을 들고 가상으로 먹어보는 형식이었다. 전시를 보고 나오면 바로 일식 레스토랑으로 연결되도록 동선을 세심하게 짰다.
일본관을 찾은 한 독일인 관람객은 “전시를 보고 나니 일본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며 “국가관 전시와 일식 체험 프로그램을 영리할 만큼 치밀하게 연결했다”고 평했다.
○ 외화내빈 중국관
중국관 앞에는 큰 꽃 정원이 설치돼 일단 관람객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대나무로 엮은 거대한 지붕과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건물은 한눈에 봐도 중국관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웅장한 외부 건물과 달리 내부 전시는 빈약했고 기대 이하였다.
중국관 주제는 ‘슈퍼 벼’. 이를 형상화한 벼 모양의 발광다이오드(LED) 설치물을 비롯해 개량 쌀과 관련 영상물이 위주였다. 이 외에 베이징덕 등 중국 요리를 소개하는 전시물이 있었지만 평범하고 산만해 설치물과의 연결성도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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