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장은 사실상 1년 不在… “공연 뭘로 채울지 막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4일 03시 00분


[首長 부재 ‘위기의 예술기관’]문체부 “후보 찾지만 진전없어”
2016년 작품 2015년 상반기까진 결정해야… 공연장만 일단 빌려놓고 발동동

“이렇게 (단장) 공석이 길어진 건 국립오페라단 사상 처음입니다.”

최근 만난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자격 논란을 빚었던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3월 사퇴한 뒤 단장직은 공석이다. 1월 임명된 한예진 전 감독의 재임 기간은 겨우 53일. 업무 파악하기도 바쁜 짧은 시간이었다. 전임 김의준 단장이 지난해 3월 물러난 것을 고려하면 국립오페라단 단장의 공석은 사실상 1년이 넘은 셈이다.

국립오페라단 측은 늦어도 6월에는 새 단장이 임명되길 바라고 있다. 내년에 할 오페라단 공연 라인업을 늦어도 올 상반기엔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단 기간 재임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고 물러난 한 전 감독이 구상한 작품을 토대로 내년 공연장 대관을 잡아 놓긴 했지만 공연은 미지수다. 한 오페라단 관계자는 “새 단장이 오면 내년 작품을 다시 정하지 않겠느냐”며 “한 전 감독이 정했던 작품들이 그대로 공연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전 감독이 2월 기자간담회 때 밝혔던 오페라 공연 횟수 연장, 오페라와 관광산업 연계 프로젝트안도 “신임 단장은 원점부터 새롭게 논의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 속에 본격적으로 협의도 되기 전에 이미 폐기처분된 상태다.

오페라단의 바람과 달리 공석 상태는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후보를 검토 중이고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아직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은 다음 달까지 신임 단장이 정해지지 않으면 자문단을 꾸려 내년도 작품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작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지난해 단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자문단이 꾸려져 확정된 작품이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지난달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작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지난해 단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자문단이 꾸려져 확정된 작품이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단은 지난해에도 단장 공석이 계속되자 뒤늦게 7월에야 성악가들과 지휘자, 작곡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만들어 올해 공연작을 정했다. 오페라단 측은 “지난해도 사실 늦었던 건데 올해도 마찬가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스케줄이 이렇게 밀리면 (캐스팅을 놓고) 가을에 부랴부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야 한다”며 난감해했다. 또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운영해야 하는데 당장 다음해 공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작품 확정이 늦어질수록 캐스팅이 어렵다. 명망 있는 성악가와 연출가, 특히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부르기 위해서는 미리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유명한 예술가일수록 수년치 일정이 잡혀 있고 이를 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음악평론가 박제성 씨는 “국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 예술단체가 수준 높은 예술가들을 캐스팅해 작품 수준을 올려야 한다”며 “국립오페라단이 이런 역할을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