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오페라단이 15~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일 트리티코는 국내에서 거의 공연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혀 다른 듯 보이는 오페라 세 편을 동시에 공연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출연진 40여 명에 인터미션이 20분씩 2번, 러닝타임이 2시간 반이 넘는 대작이다. 푸치니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세 개의 이야기, 하나의 주제
이 작품은 ‘3개로 된 그림이나 작품’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중세 유럽에서 쓰던 ‘3면의 제단화(祭壇畵)’를 주로 가리킨다. 제단화의 그림 셋은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주제는 하나다. 일 트리티코 역시 세 편의 단막 오페라가 나열된 독특한 형태이지만 죽음이라는 하나의 주제가 오페라 전체를 관통한다.
이 작품은 단테의 서사시 ‘신곡’이 바탕이 됐다. 신곡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이뤄졌는데 신곡의 구성이 일 트리티코와 맞닿아 있다. 내용도 신곡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첫 번째 오페라 ‘외투’는 파리 센 강을 오가는 화물운반선의 부부 이야기를 담았다. 부부는 아이를 잃은 뒤 소원해지고 남편은 불륜을 저지른 아내의 정부를 죽인 뒤 자신의 외투로 감싼다. 두 번째 오페라 ‘수녀 안젤리카’는 사생아를 낳은 뒤 수녀원으로 들어온 안젤리카가 아들의 죽음을 듣고 자살을 감행한다는 내용이다. 죽어가는 안젤리카에게 환상처럼 성모마리아가 아이를 데리고 나타난다. 스릴러가 섞인 비극으로 끝나는 ‘외투’는 비명 소리로 귀가 먹먹해지는 지옥에서 사흘을 보내는 신곡의 지옥편을, 환상 속 아이와 만난 순간 고요히 숨을 거두는 수녀 안젤리카는 구원의 순간을 갈구하는 연옥편을 연상시킨다.
이에 비해 ‘쟌니 스키키’는 튀는 편이다. 이 이야기는 아버지 쟌니 스키키가 딸 라우레타를 결혼시키기 위해 죽은 부호의 유언장을 뒤바꾼다는 내용이다. 내용은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전개되며 해피 엔드다. 이소영 솔오페라단 단장은 신의 사랑에 눈을 뜨는 천국편과의 연결고리에 대해 “천국의 순수함이 떠오르는 즐거움으로 끝난다는 점”이라고 했다.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일 트리티코는 2007년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공연돼 주목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모데나 루치아노 파바로티 시립극장이 만든 고풍스러운 무대가 사용된다. 오페라 세 편의 세트가 모두 공연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이탈리아 연출가 크리스티나 페촐리, 무대 디자이너 쟈코모 안드리코 등 현지 스태프 뿐 아니라 바리톤 엘리아 파비안, 소프라노 리자 호벤 등 이탈리아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귀에 쏙 들어오는 아리아를 들을 수 있다. 수녀 안젤리카에서 안젤리카가 부르는 ‘엄마를 남겨 놓고 죽다니…사랑하는 아가야’, ‘쟌니 스키키’에서 딸 라우레타가 쟌니 스키키에게 결혼을 조르면서 부르는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등이다.
스릴러, 멜로드라마, 코미디가 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만큼 장르에 따라 노래의 발성과 캐릭터도 달라 성악가들에겐 까다롭고 도전전인 무대다. 이소영 단장은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들여다본 작품인 만큼 21세기의 관객들에게도 인생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15, 16일 오후7시 반, 17일 오후 3시. 1만~10만 원. 1544-937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