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가슴 속 얘기하려면 랩이 딱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3시 00분


‘엄마가 딸에게’ 신곡 낸 양희은과 래퍼 타이미

가정의 달을 맞아 신곡 ‘엄마가 딸에게’를 발표한 가수 양희은(왼쪽)과 래퍼 타이미. 6일 오전 서울 연남동에서 만난 둘은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연예계를 헤쳐 가는 여성의 녹록잖은 삶 이야기를 오래도록 나눴다. 엄마와 딸처럼.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가정의 달을 맞아 신곡 ‘엄마가 딸에게’를 발표한 가수 양희은(왼쪽)과 래퍼 타이미. 6일 오전 서울 연남동에서 만난 둘은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연예계를 헤쳐 가는 여성의 녹록잖은 삶 이야기를 오래도록 나눴다. 엄마와 딸처럼.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넉넉한 풍채, 짧게 올려붙인 파마머리, 카랑카랑한 목소리. 가수 양희은(63)은 엄마일 것 같은 사람이다. 근데 아니다.

그가 4일 ‘엄마가 딸에게’(QR코드)란 신곡을 냈다. 하류에 이른 물결처럼 관조적인 포크로 유명한 양희은이 자기 노래에 처음 랩을 넣었다. 양희은이 ‘공부해라’ ‘성실해라’ ‘사랑해라’라고 노래하면, 여성 래퍼 타이미(30)는 질풍노도 딸의 독백을 랩으로 표현한다. 양희은이 서른한 살 때 난소암 판정을 받지 않았다면 타이미만 한 딸이 있을 법하다.

맏딸이 낳은 맏딸, 큰 키(167cm), “원래는 소심한” A형…. 6일 오전 만난 ‘뽀글머리’ 양희은과 ‘스냅백(래퍼들이 주로 쓰는 챙이 평평한 모자) 처자’ 타이미는 서로 닮은 점이 많았다. “엄마와 딸, 서로 꾹꾹 참고 못한 얘기 다 풀어내려면 랩이 필요하다 싶었죠. 그 부분을 타이미한테 부탁한 거예요. 하하.”(양희은)

노래 속 엄마는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내 가슴속을 뒤져 할 말을 찾아’ 딸을 향하지만 자신이 없다.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딸의 마음은 랩이다. ‘제발 나를 내버려두라고!/왜 애처럼 보냐고?/내 얘길 들어보라고!/나도 마음이 많이 아퍼 힘들어하고 있다고…’

서로 바라는 게 많지만 표현 못한 모녀의 갈등과 화해가 애틋한 선율에 담겼다. 그룹 동물원 출신으로 ‘거리에서’ ‘시청앞 지하철역에서’를 쓴 싱어송라이터이자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김창기가 친딸에게 못한 얘기, 병원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작곡하고 1절 노랫말을 지었다. 딸의 이야기인 2절 가사를 양희은이, 랩을 타이미가 지어 덧붙였다. 딸의 노래 부분은 초등학생 김규리 양이 맡았다.

자녀가 없는 양희은에게는 MBC 라디오 ‘여성시대’ 진행자로서 접한 사연들이 도움 됐다. “가출을 거듭한 딸이 일찍 임신하고 애를 낳은 뒤 자기 엄마와 화해한 사연…. 그만 눈물샘이 터져 울다 못해 꺼이꺼이 흐느끼면서 소개했던 이야기가 수도 없죠.” 아버지를 일찍 여읜 양희은은 현재 86세인 모친과 오랜 친구처럼 지낸다.

타이미도 할 얘기가 많았다. 부모의 만류를 거슬러 거친 힙합 판에 뛰어든 딸이니. “힙합 하고 싶다니까 부모님이 음반을 죄 내다버리셨어요. 고1 때부터 랩을 썼는데, 돌아보니 정작 엄마에게 하고픈 말을 담아본 적이 없더라고요.”

‘엄마가 딸에게’는 양희은이 지난해 시작한 싱글 연작 프로젝트 ‘뜻밖의 만남’의 네 번째 작품이다. 그간 한 번도 함께하지 않은 작곡가와 노래를 만들었다. 앞서 세 곡은 윤종신, 이적, 이상순이 썼다. “얼결에 시작한 가수 인생, 44년 됐어요. 제가 낯을 심하게 가려서 늘 작업하는 분들과 해왔는데, 맹렬하게 해보고 마무리하자는 생각이 들었죠.” 몇 달 간격으로 신곡 몇 개 더 내고 이를 정규앨범에 담아낼 계획이다.

양희은은 타이미에게 서울 명동 오비스캐빈에서 통기타 가수를 시작한 열아홉 꽃띠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시절 짓궂은 관객, 명동 건달 얘기에 타이미는 눈이 동그래졌다. “1970년대 명동 분위기가 갱스터 랩보다 더 세네요.”

양희은은 17년 만의 소극장 콘서트를 앞뒀다. 13∼24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에서 여는 ‘양희은의 아담한 콘서트’. “단칸방에서 식구들 오글오글하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잖아요. 제게 소극장 공연이 그래요. 엄마랑 딸이랑 손잡고 함께 오세요.” (7만7000원·02-541-7110) 30일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사운드홀릭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그의 첫 록 페스티벌 무대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양희은#타이미#엄마가 딸에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