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가슴과 난소 포기한 안젤리나 졸리, 잘못된 선택일까

  • 우먼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18시 29분


멀쩡한 가슴과 난소를 수술로 떼어냈다니 속사정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환자도, 의사도 제정신이 아니라며 펄쩍 뛸 일이다. 논란의 주인공은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 그녀는 부모로부터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생률을 높이는 BRCA 유전자를 물려받은 잠재적 암 환자였다.

안젤리나 졸리(40)가 유방 절제술을 받은 것은 지난 2013년. 여섯 명의 자녀를 둔 엄마이자 섹시하고 건강한 여성미의 상징이던 그녀가 스스로 가슴을 떼어냈다는 소식에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유방 절제로 배우 인생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우려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2년 만에 다시 난소와 나팔관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졸리의 외할머니와 어머니와 이모 등은 모두 유방암과 난소암으로 이른 나이에 사망했고, 검사 결과 졸리도 그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방암 환자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5~10% 수준으로, BRCA(Breast Cancer) 유전자 돌연변이가 주된 원인이다. 졸리처럼 BRCA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5~8배,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20~25배 가량 높다고 한다.

물론, BRCA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결정이므로 존중해주어야 한다면서도, 자칫 그녀의 결단이 여성들에게 과도한 의료 행위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슴이나 난소 등 여성성을 상징하는 부위를 절제함으로써 입는 심리적 타격 외에도 난소는 여성호르몬에 직접 관여하는 부위인 만큼 조기 폐경과 더불어 안면 홍조, 골다공증, 질 건조증, 심장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위험감소 난소난관절제술’ 이미 국내에서도 일반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해야 할 것은 안젤리나 졸리처럼 난소암의 위험을 사전에 없애기 위해 난소를 제거하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이미 상당히 일반화됐다는 점이다. 심지어 ‘위험감소 난소난관절제술’은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심각성이 높다는 뜻이다.

과잉 대응 논란에 대해 국립암센터 자궁암센터 부인암연구과 임명철 박사는 “BRCA 유전자에 의한 난소암, 유방암에 대한 몰이해에 의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장암의 경우만 해도 장기 안에서 시작돼 전이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발병 즉시 사망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난소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암과는 달리 캡슐화된 상태로 발병해 암이 생기자마자 바로 툭 터져 다른 장기에까지 퍼질 수 있으므로 위험성이 매우 높다”
고 설명했다.

여성성의 상실에 대한 입장도 단호했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BRCA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환자는 폐경의 시기를 10~20년 정도 앞당긴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물론 난소 절제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방법은 있다. 경구피임약을 먹으면 BRCA 유전자에 의한 난소암과 유방암 발병 확률을 50%가량 낮출 수 있다. 여성호르몬과 관계된 암이기 때문에 임신과 출산 횟수가 많거나, 모유 수유 기간이 길수록 암에 걸릴 위험이 줄어든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남은지 교수는 “난소 제거술은 난소암을 96%까지 예방할 수 있으며, 유방암의 발생 위험도도 50% 정도로 낮춰준다”면서 “가족력이 있는 환자라면 2세 출산을 마쳤거나 만 40세 이후, 가족들이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발병한 나이를 고려해 예방적 수술을 하는 것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글 · 김지은 자유기고가|사진 · REX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