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위험한 시대입니다. 불가항력의 사건 사고도 무섭지만, 그에 대한 미숙한 어른들의 대응이 아이들에게는 더 재난입니다. 이런 상황을 동화로 표현해 내는 것은 어렵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입니다.
제목처럼 아이들이 칠판에 딱 붙어 버렸습니다. 무겁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재난의 설정입니다. 교장 선생님이 찾아오고, 119구급대가 다녀가고, 부모님이 달려오고, 유명 박사님을 모셔오고, 기도를 하고, 굿을 하고, 경찰이 오고, 급기야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를 봉쇄하기로 결정을 내립니다.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셋이 그냥 그대로 있는데 말입니다.
재난 상황에서 어른들의 모습이 참 다양합니다. 왜 제멋대로 칠판에 붙어 있느냐며 역정 내는 교장 선생님, 문제집은 다 풀고 칠판에 붙은 거냐는 기웅이 엄마, 특종의 기회라 생각하는 기자, 이 상황에서도 배는 고프냐는 담임선생님, 우리 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칠판 공장 사장님,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라는 건설사 변호사님. 이 어른들의 반응이 우습지만, 그저 웃어넘기기엔 섬뜩한 현실감이 슬프게 다가옵니다.
달빛 가득한 교실에 두 손 쭉 뻗어 칠판에 딱 붙은 세 아이만 남아 있습니다. 원래는 친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서먹해진 세 아이,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네 발가락으로 내 등 좀 긁어 달라, 코딱지 좀 파 달라… 장난처럼 시작한 이야기가 속 깊은 이야기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칠판에서 떨어지는 방법을 알아냅니다.
재난을 겪었다면, 그를 통해 성숙해지는 것이 인간의 몫입니다. 성숙한 아이들과 미숙한 어른들의 대비가 우습고 슬픈 블랙 코미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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