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0일 일요일 맑음. 호펑호훵.
#157 Extreme ‘Get the Funk Out’(1990년)
“Funk는 ‘훵크’로 통일하면 안 될까?”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 짧은 글 하나 때문에 얼마 전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들 사이에 격론이 오갔다. 타이어가 펑크 나는 일보다 훨씬 자주 ‘펑크’란 단어와 맞닥뜨려야 하는 음악 필자 친구들이다. 음악 장르로서 펑크(punk)와 펑크(funk)의 한글 표기가 같아 너무 헷갈리니 ‘펑크’와 ‘훵크’로 구별하자는 주장과 그 반대론이 맞섰다.
펑크(punk)와 펑크(funk)는 천양지차다. 펑크(punk)는 (거칠게 말하면) 크라잉넛의 ‘말달리자’처럼 주로 정직한 박자에 기반을 둔 단순하고 질주감 있는 펑크 록(punk rock)을 가리키는 반면에 펑크(funk)는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에서 들리듯 당김음이 많고 출렁이는 리듬감으로 주로 춤사위를 유발하는 음악을 가리킨다. SNS 친구들은 “‘펑크(funk)’라 썼는데 편집 과정에서 영어 병기가 누락되면서 그냥 ‘펑크’로 게재돼 곤혹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경험담을 쏟아냈다.
일부 필자는 대안으로 오래전부터 ‘펑크(funk)’를 ‘훵크’라 써왔다. 근데 이건 어쩐지 발음부터 좀 그렇다. 입술소리인 ‘f’와 목구멍소리인 ‘ㅎ’의 차이는 크다. 멋스럽지도 않다. ‘후라이팬’ ‘아임 화인 땡큐’처럼.
음악적 특성이 서로 달라 ‘펑크(punk)’와 ‘펑크(funk)’가 한 글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근데 없으란 법도 없다.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리빙컬러의 음악을 논할 때라든가…. 펑크 펑크(punk funk)란 세부 장르도 있다.
한 평론가는 “p와 f로 시작하는 비슷한 단어가 같은 장르에서 이처럼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는 또 없으므로 ‘펑크’에 한해 외래어표기법 예외규정을 두는 게 어떠냐”고 주장했다. 다른 평론가는 “‘훵크’의 예외를 허용한다면, 현재 유명 밴드 펀(fun)이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 펀(pun)이란 밴드가 나오면 전자를 갑자기 ‘훤’으로 고쳐야 할 일이 생긴다”고 맞섰다.
나도 종종 외래어표기법 때문에 골치 아프다. 기사에 음악가 이름을 통칭대로 썼다가 사내 어문연구팀의 교열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갑자기 두려워졌다. 그래미 시상식에서 비외르크(뷔욕·이하 통칭), 시귀르 로스(시규어 로스), 보비 맥퍼린(바비 맥퍼린), 에미넘(에미넴)이 몰려나와 펑크와 ‘훵크’ 음악을 접목한 합동 무대를 꾸미는 날이 올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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