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의 카지노 출입 허용, 즉 ‘오픈 카지노’는 그동안 관광산업이나 게이밍(카지노) 산업에서 입에 담기 꺼리는 ‘금기 아이템’이었다. 복합카지노가 국가 서비스산업의 미래 유망분야로 떠오르며 요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수익의 주력 업종인 카지노에 내국인이 출입하는 문제는 논의 자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박중독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강한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나 업계 전문가, 학계 누구도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려 하지 않았다.
지난 주 해양수산부 유기준 장관이 크루즈 선박의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 허용 계획을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당장 주무 부처로 카지노 인허가권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크루즈 선상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추진 발표 전 두 부처 간에는 실무진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폐광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으로 국내서 유일하게 ‘오픈 카지노’로 허가받은 강원랜드가 있는 강원도는 주민들이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어 결사 저지에 나섰고, 지역 국회의원들은 경쟁적으로 해수부를 공개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현재 영종도에 추진 중인 복합리조트에 진출하려는 외국업체들이 형평성을 내세워 오픈 카지노를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쯤에서 복합리조트 성공사례에 단골로 등장하는 싱가포르의 준비과정을 살펴보자. 싱가포르가 오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를 완공한 것은 2010년. 우리가 빠르면 내년에 취항하는 선상 오픈 카지노를 이제서야 거론하는데 반해, 그들은 복합리조트에 대한 준비를 무려 10년 전부터 했다. 카지노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강원랜드가 설립되던 1998년, 이미 싱가포르는 복합리조트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었다. 2004년 카지노를 합법화 한 후에는 투자유치와 함께 부작용 방지 대책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지금 우리는 싱가포르가 이렇게 오래 시간 들인 노력과 부작용으로 인한 사회비용을 줄이려 대책을 꼼꼼히 마련하는 과정은 바라보지 않고 있다. 그저 카지노가 있는 복합리조트 2개로 연 매출 7조원이 넘었다는 화려한 결과만 욕심낸다. 이런 탐욕과 성과주의의 조급증으로 인한 결과는 나중에 과연 누가 책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