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 만의 최악의 지진’으로 1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불교계 국제개발구호NGO 지구촌공생회(이사장 월주스님) 사람들이 바빠졌다. 같은 달 27일 공생회는 네팔 지부를 통해 지진 피해 현장에 50여 명의 구호인력을 긴급 투입했다. 이재민들에게 식량, 식수, 의약품, 담요 등 긴급구호품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것. 또 공생회는 긴급구호 자금 3만 달러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국내에서 네팔 지진 피해 주민 돕기 구호 계좌를 개설해 모금활동을 펼쳤다.
전 세계 재난마다 그들의 손길이
지구촌공생회는 ‘너와 나 그리고 세상이 하나’란 취지하에 종교, 민족, 이념의 경계를 넘는 보편적 인류애를 실현하기 위해 조직됐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봉사하기 위해 2003년 10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월주 스님의 발의로 창립됐다.
공생회는 이후 전 세계를 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듬해 11월 캄보디아 ‘생명의 우물’ 건립사업을 시작으로 기아와 질병, 전쟁, 재앙으로 고통 받는 제3세계 빈곤 국가를 찾아 현지인들의 생존유지와 자립기반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공생회는 대규모 재난에 발 벗고 나섰다. 2005년 스리랑카 지진해일, 2007년 인도네시아 지진, 2008년 미얀마 사이클론, 2010년 아이티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3년 필리핀 태풍 재해현장을 찾아 구호 활동을 벌였다.
공생회원들은 최근에는 네팔 대지진 피해 현장에서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네팔 카트만두 지역을 방문해 식수를 지원했다. 30일에는 이곳에서 60km 떨어진 신두팔촉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펼쳤다. 이 지역은 지진 피해로 1300명 이상이 사망했고 마을 주민의 70%가 집을 잃었다. 1일부터 6일까지 6일간 1만3000kg의 쌀, 콩, 소금 등의 구호물품을 지원했다.
이 밖에 4일부터 7일까지는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과 함께 신두팔초크 내 시카푸르, 두바초르, 키울, 이초크 지역 5000가구에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10일 네팔 대지진의 진앙 인근 지역인 다딩에 위치한 날랑 지역 주민들에게 쌀 1만 kg과 콩 500kg 등의 식량을 지원했다. 공생회는 14∼17일 신두팔초크 탕팔코트, 군사코트 지역에서도 2차 구호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27일 국내에 개설한 긴급계좌를 통해 공생회는 현재까지 성금 1억 원 이상을 모았다.
세계 낙후지역에 학교, 식수도 지원
공생회는 재난 지역 구호활동뿐 아니라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몽골, 네팔, 케냐 등에서도 식수와 교육지원, 지역개발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4월 지구촌공생회 케냐 지부는 케냐 오지마을 올로레라에서 ‘올로레라 태공 초등학교’ 준공식을 가졌다. 태공은 이사장 월주 스님의 법호다. 이 지역 학생들은 흙바닥에 칠판을 세워 수업을 받아왔다. 야생동물출현이 잦은 케냐의 자연환경 때문에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기도 했다. 이에 초등학교 건물 건축을 지원하게 된 것.
올로레라 태공 초등학교는 지난해 6월 공사를 시작해 총 10칸의 교실과 유치원 1칸으로 건축됐다. 현재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96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향후 8학년까지의 정규과정이 모두 개설되면 총 350여 명의 학생들이 교육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학생들에게 무료급식이 제공되며 학교가 자립할 수 있도록 정부와 마을주민들이 참여해 학교 내 농장도 조성한다.
공생회 관계자는 “케냐에 새로운 희망을 심어줄 교육시설로서 한몫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까지 50곳의 교육시설을 건립했다”고 밝혔다.
공생회는 후원 기금을 통해 케냐 올마피테트 만해 중고등학교도 2일 준공식을 가졌다. 또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외곽의 슬럼가 모보코 지역에 건축기술학교 건립을 두고 유엔 해비탯과의 실무협의와 사업부지 답사도 진행했다.
2007년 설립된 공생회 케냐지부는 총 3개의 교육시설, 17대의 식수 펌프, 인키니 농장과 민세저수지 건립 및 사후관리, 아동 후원 등을 통해 케냐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천지여아동근 만물여아일체’(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體), 세상은 나와 더불어 한 뿌리요, 모든 존재는 나와 더불어 하나입니다. 결국 주변과 세상의 어려운 이를 돕는 것이 결국 나와 가족, 우리나라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제 손길을 기다리는 누군가를 생각할 때 잠도 못 이룰 만큼 가슴이 설렐 때가 많습니다.”
최근 스님이 회주로 있는 서울 광진구 영화사에서 만난 월주 스님의 말이다. 월주 스님은 “불교계 NGO로는 유일하게 지구촌공생회가 네팔에 지부를 두고 있어 지진이 발생한 뒤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데 큰 힘이 됐다”며 “여진의 우려가 사라졌을 때 직접 네팔을 찾아 공생회가 건립한 시설을 점검하고 현지 구호 활동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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