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뚝딱 동물 건축가들/다니엘 나사르 글·
훌리오 안토니오 블라스코 그림·변선희 옮김·44쪽/1만2000원·다림
새틴바우어는 호주와 뉴기니의 습지에 사는 새입니다. 이 새는 훌륭한 건축가이면서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뛰어난 솜씨를 보여줍니다. 수컷 새틴바우어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파란색 재료를 가져다 정원을 꾸민다고 하네요. 돌, 조개, 씨앗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을 푸른 정원으로 가는 통로에 배치하는 기술은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통로 입구에 삼각형으로 배치한 물건들은 크기가 거의 같아 보입니다. 작은 물건을 앞에 놓고 큰 물건은 뒤에 배치하기 때문이에요. 그 정원에 들어서는 암컷은 깜짝 놀라게 된다지요.
이렇게 훌륭한 집을 짓는 기술은 새틴바우어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흰개미가 지은 집은 탑 모양으로 환기구가 있어 온도 조절 기능까지 갖추었어요. 실제로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 있는 쇼핑센터는 흰개미집의 원리를 이용해 만든 건물입니다. 한낮에 40도까지 치솟는 무더운 아프리카이지만 자연적으로 환기와 난방이 가능하게 만들었지요. 거품으로 만든 아프리카 청개구리의 피난처는 알을 보호하기에 충분합니다. 또 캄보디아의 수상 가옥은 비버의 집을 떠올리게 해요. 글을 쓴 다니엘 나사르는 건축에 대한 아이디어를 동물들의 집에서 얻는다는 칠레 출신 건축가예요. 삐뚤빼뚤 연필 선을 살리고 다양한 재료로 표현한 콜라주가 글의 내용과도 잘 맞습니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주변 환경과 입지 조건에 맞추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를 보호하기에 충분한 집을 짓고 살아갑니다. ‘뚝딱뚝딱 동물 건축가들’은 그런 동물들의 집짓기를 하나하나 보여주는 책입니다. 펼친 페이지 두 면에 꼼꼼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빼곡하게 정보를 채워 넣었어요. 건축 재료와 공사 시기, 특이한 점 등의 항목을 보기 좋게 정리해 놓고 건축가의 서명도 곁들였습니다. 무엇보다 집을 짓고 도시를 건설하는 일이 마구잡이여서는 안 되겠다는 건축의 기본을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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